제작사에 자금 94% 몰아준 조합도

영화 '암살자(들)'과 제작사에 대한 국책은행의 직·간접 투자 구조와 심사 경위를 국회가 점검하고 있다. 국책은행 출자 펀드 자금 가운데 결성액의 93.8%를 제작사 한 곳에 넣은 조합이 있는가 하면 집행 목표를 37%만 채운 것으로 알려진 모빌리티사업 관련 펀드도 제작사에 투자했다. 이에 따라 출자약정상의 투자 범위와 운용사의 집행 내역을 대조하는 작업이 진행될 전망이다.
2일 국회에 따르면 강민국 국민의힘 의원은 중소기업은행·한국산업은행·한국수출입은행에 암살자(들)과 제작사 하이브미디어코프 투자 관련 경위를 문서 등으로 요구했다. 투자 심사 과정과 은행·운용사 사이에 오간 자료를 통해 자금 집행 경위를 확인하겠다는 취지다. 강 의원실에 따르면 기업은행은 '암살자(들)'에 자체 재원 20억원을 직접 투자했다. 중소기업은행·한국산업은행·한국수출입은행이 출자한 펀드는 영화와 제작사 하이브미디어코프에 총 347억원을 투자했다. 기업은행 출자 조합이 142억5000만원, 산업은행 출자 펀드가 144억원, 수출입은행 출자 펀드가 60억5000만원을 집행했다.
기업은행은 지난 1월29일 영화 암살자(들)에 20억원을 직접 투자했다. 이어 기업은행이 각각 30억원을 출자한 신기술사업투자조합 두 곳이 7월1일 하이브미디어코프에 총 142억5000만원을 투자했다. 이 가운데 운용자금 120억원 규모 조합 한 곳은 112억5000만원을 제작사에 투입했다. 조합 규모의 93.8%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산업은행이 출자한 펀드는 지난 2월27일 영화에 4억원을 투자했다. 7월1일에는 펀드 두 곳이 제작사에 각각 40억원과 100억원을 투자해 영화와 제작사 투자액이 총 144억원으로 집계됐다.
수출입은행은 1100억원 규모로 운용되는 'KB베저스차세대모빌리티ESG(환경·사회·지배구조)제1호' 펀드에 250억원을 출자했다. 해당 펀드는 지난 7월9일 하이브미디어코프에 60억5000만원을 투자했다. KB베저스차세대모빌리티ESG제1호의 주목적 분야는 차세대 모빌리티다. 지난 3월 말 기준 집행률은 37%로 알려졌다. 집행 목표액은 600억원이다. 제작사 투자가 주목적 투자로 분류됐는지는 공개되지 않았다.
다만 주목적 외 투자는 출자약정이 정한 허용 범위 안이라면 법률 위반이 아니다. 정책 출자 펀드는 통상 약정액의 일정 비율을 주목적 투자로 묶고 나머지는 운용사가 업종 제한 없이 투자할 수 있다.

수출입은행은 올해 벤처펀드 출자사업에서 반도체·이차전지와 함께 K-컬처를 별도 투자 영역으로 정해 운용사를 선정할 예정이다.
KB베저스차세대모빌리티ESG제1호는 기관전용 사모펀드다. 출자자인 은행이 펀드의 개별 투자를 사전에 막을 권한은 법으로 보장돼 있지 않다. 상법은 유한책임사원(LP)의 업무집행을 금지한다. 자본시장법은 유한책임사원에게 장부·서류 열람권과 재무제표 제공 요구권을 주고, 업무집행사원(GP)에게 중대한 위반 등이 있을 때에 한해 펀드의 업무와 재산을 검사할 권한을 준다.
강 의원 등 야권은 출자약정에 담긴 투자 대상과 한도, 운용사의 보고 의무 등이 실제 투자·관리 과정과 맞아떨어졌는지 쟁점화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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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브미디어코프는 지난해 2월 삼일PwC를 자문사로 두고 400억원 규모 투자 유치를 추진했다. 당시 회사는 조달 자금을 지식재산(IP) 확보와 드라마 제작 확대에 쓰고 이후 기업공개(IPO)를 추진한다는 방침이었다.
주진우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달 28일 CLSA캐피탈파트너스가 하이브미디어코프에 400억원을 투자한다는 보도를 거론하며 중국 자본 연계 의혹을 제기했다. 하지만 하이브미디어코프는 다음날 국내 자본으로 독립적으로 제작한 작품이라고 반박했다.
암살자(들)은 고 육영수 여사 피격 사건을 소재로 한 영화로 역사 왜곡 논란에 휩싸였다.
하지만 허진호 감독을 비롯한 제작진은 영화가 실제 사건에서 출발했지만 상당 부분 허구적 상상력을 더한 작품이라며 역사 왜곡 의도가 없다는 입장을 밝힌 상태다.
아울러 신현영 더불어민주당 대변인은 2일 오전 서면 브리핑에서 "부산에서 예정됐던 암살자(들)의 시사회가 취소된 것은 불행한 결과"라며 "배우와 제작진 등 개인에 대한 위협으로 확산되는 상황에 강력한 유감을 표명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