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중간선거에서 '블루웨이브'(민주당의 상·하원 동시 장악)가 가시화하면서 증권가의 시선은 다시 AI(인공지능)로 향하고 있다. 선거 종료로 정치적 불확실성이 걷히며 단기 반등은 기대할 수 있지만, 추세적 상승을 위해서는 이달 중순 엔비디아 실적 등으로 AI 투자 수익성 우려를 씻어내야 한다는 분석이다. 4일 코스피는 개표 결과에 따라 장중 크게 출렁인 끝에 전 거래일 대비 35.01포인트(0.62%) 오른 5683.80에 마감했다.
CNN 등 외신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한국시간 오후 3시20분 기준 중간선거 개표가 진행 중인 가운데 민주당은 상원 100석 중 53석, 하원 435석 중 216석을 확보했다. 전통적인 '공화당 텃밭'으로 꼽히는 캔자스·사우스캐롤라이나·텍사스 등에서도 승기를 잡았다. 민주당이 텍사스주에서 1994년 이후 상원의원을 배출한 적이 없었던 만큼 이번 선거에서 표심이 민주당으로 크게 기운 것으로 보인다.
톰 오를릭 블룸버그 수석 이코노미스트도 이날 오전 금융투자협회가 개최한 '2026 미국 중간선거 및 거시 전망 웨비나'에서 민주당이 공화당을 상대로 상·하원 모두 압승을 거둘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민주당 우세의 이유로 물가를 꼽았다.
오를릭 수석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도입한 정책으로 물가가 올랐다"며 "무역 전쟁과 미-이란 전쟁, AI 혁명이 고물가에 기여했다"고 설명했다. 무역 전쟁과 미-이란 전쟁으로 각각 수입 물가와 휘발유 가격이 올랐고, AI 혁명으로 메모리 칩 가격이 뛰면서 PC·모바일 기기 값도 올랐다는 게 근거다. 데이터센터 가동으로 전기·수도요금 부담도 커졌다.
오를릭 수석은 이 같은 선거 결과가 금융시장에는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민주당이 의회를, 공화당이 백악관을 차지하는 교착 상태에서는 정책과 규제, 세금이 새로 만들어질 가능성이 작다는 판단에서다. 그에 따르면 1950년 이후 치러진 중간선거 뒤 1년간 미국 S&P500지수는 매번 상승했다.
다만 AI 산업의 핵심 시설인 데이터센터 건설에는 차질이 생길 수 있다고 봤다. 데이터센터 건설은 민주당과 공화당이 공통으로 우려하는 사안이기 때문이다. 지역 전기·수도요금을 끌어올리고 인플레이션을 유발한다는 이유에서다. 그는 투자자들 역시 'AI'라는 단어가 붙었다고 곧바로 열광하기보다 이제는 AI 수익성을 의심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번 중간선거가 AI 혁명을 극단적으로 낙관하기보다 균형 있게 바라보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오를릭 수석은 "올해부터 2028년까지 미국에서 계획된 데이터센터 대부분이 이번 중간선거가 치러지는 주에 있다"며 "민주당 주지사가 늘어나거나, 공화당 주지사들도 유권자들이 데이터센터를 원하지 않는다는 신호를 받아들인다면 건설 속도가 느려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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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터센터 건설이 늦어지면 한국 반도체 기업의 주문과 수익성이 타격을 받을 수 있다. 오를릭 수석은 AI 설비투자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하면서도 "미국 증시가 20% 하락하고 신용 스프레드가 확대돼 데이터센터 투자가 1년간 중단되는 상황이라면 한국과 대만이 큰 경제적 충격을 받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두 나라가 'AI 붐'의 최대 수혜국인 만큼 시장이 급격히 조정받으면 충격도 클 수 있다는 설명이다.
개표 현황에 요동친 코스피 지수… 데이터센터 규제 우려에 삼전닉스 하락하기도

이날 국내 증시는 미국 중간선거 개표 현황을 실시간으로 반영하며 '롤러코스피' 장세를 보였다. 민주당 우세가 시장 예상보다 강하게 나타나면서 데이터센터 건설 규제가 강화될 것이란 우려가 커졌기 때문이다. 반도체를 중심으로 기술주가 하락했지만 장 마감 무렵 낙폭을 줄이며 코스피는 소폭 상승 마감했다.
임정은·태윤선 KB증권 연구원은 "국내 증시는 갭 상승 출발했으나 장중 미 중간선거 개표가 진행되며 반도체 대장주인 삼성전자(218,000원 ▼1,500 -0.68%)와 SK하이닉스(1,396,000원 ▼2,000 -0.14%)를 중심으로 하락 전환했다"며 "민주당의 우세가 점쳐지며 데이터센터 투자 둔화 우려가 확산한 영향"이라고 말했다. 이어 "다만 오후 중 낙폭이 과대하다는 인식과 선거 관련 불확실성 해소에 따른 매수세가 유입되며 반등했다"고 덧붙였다.
증권가에선 이번 중간선거가 단기적으로 주가 반등의 재료가 될 수 있다고 진단한다. 결과와 관계없이 시장이 선거 종료 자체를 '정치적 불확실성' 해소로 받아들인다는 의미다. S&P500지수처럼 코스피도 역사적으로 중간선거 이후 상승률이 더 높았다. 유진투자증권에 따르면 2000년 이후 치러진 6차례 중간선거 당시 11월 코스피 평균 상승률은 4.7%로 전체 11월 평균(2.3%)의 두 배 수준이었다.
다만 중간선거는 단기 이벤트인 만큼 주식시장의 궁극적인 방향성은 다시 AI 산업에 달려 있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김대준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선거 결과가 지수 전반에 미치는 충격은 1~2일 내 소화될 것으로 판단한다"며 "이후 시장의 시선은 정치적 노이즈를 벗어나 산업 펀더멘털로 재이동할 것으로 전망한다"고 말했다.
추세적 반등을 위해서는 이달 중순 예정된 엔비디아 3/4분기 실적 등 남아 있는 기술기업 실적을 확인하며 AI 투자 수익성 우려를 씻는 게 관건이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선거 이후 단기 반등을 하더라도 반등의 연속성은 AI 산업 불안 완화 여부, 혹은 지정학적 리스크 해소 여부에 달린 만큼 앞으로도 AI와 지정학 관련 흐름에 대한 중요성을 더 높게 가져가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