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 정부들어 초당요금제 도입 등 수차례 '조정'...통신사, 매출감소 수조원 달해
정부가 물가를 잡기 위해 '통신비 인하' 필요성을 제기하자 통신사는 물론이고 주무부처인 방송통신위원회마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가입비 인하에 초당요금제 도입 등 현 정부 들어 '행정지도'를 앞세워 시행한 요금인하 정책이 한 두건이 아니기 때문에 정부의 통신요금 인하 압박이 무리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9일 정부 과천청사에서 열린 경제정책조정회의에서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은 '통신비 인하' 필요성을 강하게 요구했다. 이 자리에 참석했던 정병국 문화체육관광부 장관도 과거 국회 상임위 시절 경험을 들어 '기본료 인하를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물가잡는 대책으로 '통신비 인하'가 논의됐다는 사실을 알게 된 통신사들은 답답함을 감추지 못했다. 통신사 한 관계자는 "달리는 말을 채찍질해도 정도껏 해야 하는 것 아니냐"며 불만을 터뜨렸다.
이처럼 통신사들이 과민반응을 보이는 것은 이명박 정부가 들어선 이후 '서민정책''물가안정' 대책을 마련할 때마다 약방의 감초처럼 '통신비 인하'를 거론해왔기 때문이다.
그 결과, 2008년에는 망내무료통화가 도입됐고, 이듬해인 2009년 12월에는 가입비 인하가 이뤄졌다. 또 지난해는 이동전화 초당요금제가 전격 실시되는 한편 데이터무제한 요금제가 도입됐다. SK텔레콤과 KT, LG유플러스는 시간차를 두고 이를 적용한 요금제를 내놨던 것이다.
국내 이동통신 1위업체인 SK텔레콤은 초당요금제, 데이터무제한 요금제 도입 등으로 줄어든 매출이 지난해만 2조원에 달했던 것으로 분석됐다.

'통신비 인하'가 부담스럽기는 방통위도 마찬가지다. 방통위는 스마트폰 이용자의 저변을 확대하기 위해 청소년과 노인들을 위한 전용요금제 출시를 이통사에게 종용하고 있다. 이와 함께 스마트폰 정액제 가입자들에게 무료 음성통화를 20분 추가해주는 방안도 추진하고 있다. 이에 SK텔레콤은 이르면 3월에 청소년 전용 스마트폰 요금제를 내놓기로 결정한 상태다.
올해 업무계획에 스마트폰 무료 음성통화 20분 추가를 포함시켜놨던 방통위는 이날 서둘러 "스마트폰 무료 음성통화 20분 확대를 이르면 1분기 중 실현할 수 있도록 노력 하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그러나 정병국 장관이 제시했던 '기본료 인하'에 대해서는 "검토계획이 없다"는 말로 선을 그었다.
통신사뿐 아니라 방통위가 이처럼 '기본료 인하'에 부정적인 태도를 보이는 것은 국내 이동전화 시장이 스마트폰 기반으로 발빠르게 변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반휴대폰(피처폰)과 달리 스마트폰 사용자들은 대부분 '정액요금제'에 가입돼 있다. '정액요금제'는 기본료, 통화료 구분없이 자신의 통화량에 따라 한 달에 4만5000원 또는 5만5000원씩 내고 이동전화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는 것이다. 현재 800만명에 육박하는 스마트폰 사용자는 올 연말까지 2000만명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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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신사 한 관계자는 "이동전화 시장은 '스마트'하게 바뀌고 있는데, 정부 관계자들의 인식은 예전 그대로"라며 안타까워했다. 또 다른 관계자도 "유·무선 통신서비스 및 통신방송 결합 환경 그리고 스마트폰 흐름에 맞춰 새로운 요금경쟁이 시작됐다"고 지적했다.
방통위 관계자도 "스마트폰 확대로 가계통신비가 늘고 있다고 하지만, 이제 통신비는 문화비용까지 포함하는 것으로 봐야할 때"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