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따뜻한 통신

[기고]따뜻한 통신

설정선 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 부회장
2012.10.18 08:19

요즘 90년대 복고열풍이 거세다. 90년대를 배경으로 한 영화 ‘건축학개론’의 인기를 비롯해 TV 드라마나 패션에 이르기까지 90년대가 때 이른 복고 바람을 맞고 있다.

7080도 아닌 90년대 복고가 벌써 유행이라는 것이 생소하지만, 30대가 문화소비의 중심 층으로 대두 되면서 이들을 주목하는 것은 당연한 것일 수도 있겠다. 이렇다보니 90년대를 테마로 한 각종 마케팅이 등장하고, 당시에 유행했던 문화나 상품들이 다시 생명을 얻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PC통신이나 일명 ‘삐삐’라 불렸던 무선 호출기와 같은 통신서비스들이 90년대를 회고할 때 빠짐없이 등장한다는 것이 흥미롭다. 심지어 드라마의 인기에 힘입어 신제품 ‘삐삐’가 개발될 정도라고 하니, 그 시절 통신서비스는 시대를 대표하는 아이콘의 하나임이 분명해 보인다.

그만큼 90년대는 정보통신(IT) 분야에서 많은 변화가 있었고 중요한 전환점이기도 했다. 오늘날 IT의 주요 키워드인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나 인터넷, 이동통신 등이 바로 90년대에 태동했기 때문이다.

90년대를 대표하는 통신서비스라고 하면 파란색 터미널 화면으로 상징되는 PC통신을 들 수 있다. 바로 이 PC통신에서 오늘날 주목 받는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가 시작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당시 PC통신은 동영상은 물론이고, 이미지 전송조차 어려운 문자 위주의 통신 환경이었다. 전송속도가 지금의 10만 분의 1정도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그러한 환경 속에서도 온라인상에서 동호회나 각종 만남의 장이 만들어져 사이버 공간에서의 사람들 간 소통이 시작됐다.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의 1세대가 시작되었던 셈이다. 또한 PC통신상에서 여러 사람들이 문자로 게임을 즐기는 머드(MUD) 게임은 후에 온라인 게임의 시초가 되기도 하였다.

지금 우리 생활 전반을 바꿔놓은 인터넷도 이때 대중화되기 시작했다. 인터넷이 우리나라에 개시된 것은 꼭 30년 전인 1982년이지만, 일반인들이 본격적으로 인터넷을 이용하게 된 것은 90년대 중반부터였다.

1994년 인터넷이 상용화된 이후, 정부의 초고속 정보통신망 구축 정책과 통신사업자들의 통신망 투자가 본격화되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1999년에는 우리나라의 인터넷 이용자가 500만 명을 넘어서며 세계 10위의 인터넷 이용 국가가 될 정도로 인터넷 이용이 급증하였다. PC통신으로 소통하던 사람들은 90년대 후반부터 인터넷으로 소통의 공간을 옮겨가기 시작하게 된 것이다.

이동통신이 보편화되기 시작한 것도 90년대였다. 휴대전화가 보급되기 전, 무선으로 호출 번호를 수신할 수 있었던 ‘삐삐’의 가입자는 1997년에 1,500만 명을 돌파할 정도였다. 젊은이들 사이에서는 암호 같은 숫자 메시지가 유행했고, 호출 받은 번호로 전화를 걸기위해 공중전화 앞에 줄지어 선 모습도 익숙한 풍경이었다. 그러나 1996년에 세계 최초로 2세대 이동통신 기술인 CDMA가 상용화되고 휴대전화가 보급되면서 이러한 모습은 점차 사라지게됐다.

지금은 과거의 통신 서비스들을 훨씬 뛰어넘는 일들이 손안의 세상에서 펼쳐지고 있다. 스마트폰 가입자만 3,000만 명을 넘어섰을 정도니 10여년이라는 시간동안 IT 세상에서는 상전벽해와 같은 변화가 일어났다. 그만큼 IT영역에서 우리나라가 열심히 매진해왔다는 뜻이기도 하다. 이러한 변화 속에 PC통신이나 ‘삐삐’는 90년대에만 존재했던 기억이 되어 그 시절의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존재가 됐다.

그러나 PC통신에서 만들어진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가 인터넷과 모바일에도 이어지고 있듯이, 소통이라는 통신서비스의 본질은 변함이 없는 것 같다. 그런 의미에서 90년대 통신서비스는 과거의 유물에만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현재 진행형이고 미래지향적이다. 때문에 앞으로 10여년 뒤 IT 세상은 얼마나 발전된 모습으로 우리의 소통 방식을 변화시키고 있을지 기대하게 만든다. IT업계가 발걸음을 늦출 수 없는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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