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플]10년째 포토샵 강의하는 78세 윤동철 '컴퓨터 선생님'

#. ♥건강 최고♥ 불타오르는 듯한 빨간색 배경에 궁서체로 쓰여진 글자. 밑으로 적힌 글귀. ‘날씨가 점점 더 무더워집니다. 시원한 음식과 시원한 옷차림으로 활기차게 보내세요.’ 글자색은 배경의 보색인 초록색이다. 이미지 가운데는 활활 타오르는 동그라미 모양이 떠있고 주변을 작은 동그라미들이 시계 방향으로 돌고 있다.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 상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이른바 ‘어르신짤’이다. 휘황찬란한 이미지에 예스러운 매력이 있어 어르신짤로 불린다.
“어르신짤? 그런 말은 모르죠. 노인들은 작은 글씨 읽기 힘드니까 시각 효과 더해서 포토샵으로 만드는 거지요. 배운 기술을 가르치는 보람도 있고요.”
10년 넘게 노인복지관에서 정보화교육 강사를 하고 있는 윤동철(78) 선생님에게 왜 포토샵으로 이미지를 제작하는 지 묻자 돌아온 대답이다. 윤 선생님의 인생 좌우명은 ‘컴으로 건강을 지킨다’라고 했다. 윤 선생님은 매주 수요일마다 서울시립은평노인종합복지관에서 포토샵, 동영상 편집, 홈페이지 제작 등을 강의하고 있다.
학생은 약 20명 정도로 60~70대가 대부분이다. 수업 시간마다 윤 선생님의 가르침을 따라 명언이 담긴 이미지를 직접 만든다. 카카오톡 메신저 이모티콘으로도 제작돼 젊은 세대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어르신짤의 생산지인 셈이다. 어르신짤이 알고보니 ‘어르신’들이 직접 만들어 배포한 것이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윤 선생님의 인터뷰 요청도 쇄도하고 있다고 했다.
윤 선생님의 방 안 한 쪽 벽면엔 포토샵, HTML, 동영상편집 등 국가공인 그래픽기술 자격증이 전시돼있다. 윤 선생님은 2006년 서울시립대 평생교육원의 대학연계 시민대학 과정에서 포토샵과 동영상 편집 기술을 배웠다. 배운 기술을 썩히기 아깝다며 2016년엔 공인 자격증까지 따냈다.
윤 선생님은 1981년 임원으로 있던 한 제조회사에서 나와 원예업을 시작했다. 이후 복지관에서 컴퓨터로 타자를 치는 법과 이메일을 여는 법을 배웠다. 윤 선생님은 “지금은 100세 시대”라며 “100세까지 걸어 가려면 채움과 비움을 끊임없이 해야하는데, 나에게 컴퓨터는 채우는 과정”이라고 다. 이어 “배우기 전까지는 컴퓨터 쓰는 법을 전혀 몰랐다”며 “주민센터에 가면 다들 컴퓨터를 쓰고 있는데 나는 할 줄 모르니까 배워보고 싶었다”고도 했다.

복지관에서 만들어지는 어르신짤은 가지각색이다. 설날이나 추석에 SNS를 떠도는 명절 인사 ‘짤방’은 기본이고 각종 건강 정보를 담은 이미지와 명언이나 시를 적은 사진도 있다. 화려한 그라데이션 효과나 형형색색의 합성 사진들이 자리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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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이미지 하나를 제작하는데 1~2시간이 걸린다. 윤 선생님이 강단에서 큰 화면으로 어떤 버튼을 눌러야 하는지 하나하나 설명하면 학생들은 따라한다. 어려워 하는 학생이 있으면 짝꿍 학생이 서로 가르쳐주기도 한다. 특수 효과가 적용돼 글자가 움직이면 “와”하는 함성이 터지기도 한다고 했다. “노인들은 글씨가 작은 책은 못 읽잖아요. 글자를 크게 해서 시각 효과를 더하면 훨씬 보기 좋거든요.”
윤 선생님은 직접 제작한 건강 정보를 담은 이미지를 모두 모아 인쇄소로 가져간다. 제본한 책은 학생이나 지인에게 나눠준다. 책 제목은 ‘건강백서’다.
윤 선생님의 책상 위에는 직접 제작하고 출력해 투명 화일에 끼워넣은 각종 자료들이 넘쳐난다. 책장에는 프리미어, 포토샵, 홈페이지 제작법 등을 담은 컴퓨터 관련 서적이 가득하다. 한켠에는 수제 ‘명언 모음집’도 있다. 매주 복지관에서 수업을 할 땐 열정적인 학생들의 모습에 보람차다. 그는 “직접 만든 이미지를 친구들이나 손주들에게 전송하고 뿌듯해하는 학생들을 보며 보람을 느낀다”며 “학생들 중 1~2명은 직접 자격증을 따오기도 한다”고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