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흥미로운 연구 조사 결과가 소개됐다. 임원 채용과 리더십 자문 기관 스펜서 스튜어트가 2000~2020년 S&P500 기업의 모든 CEO 승계 사례를 분석한 결과, C레벨 경영진이나 사업부 CEO 출신보다 한 단계 아래 직급인 수석부사장 또는 제너럴매니저 직급에서 건너뛰기 승진한 '립프로그(Leapfrog)' CEO 집단이 회사를 높은 성과로 이끌 가능성이 더 크다는 것이다.
2020년 기준 S&P500 기업 CEO의 38%는 COO(최고운영책임자) 출신이었으며, 사업부 CEO 출신은 36%, CFO(최고재무책임자) 출신은 9%, C레벨을 건너뛰기 승진한 립프로그 집단은 약 5%만을 차지하고 있었다. 이들의 경영 성과는 우리의 예상과는 달랐다. 기업의 시장 조정 총주주수익률을 사분위수로 분류한 결과 립프로그 CEO집단이 경영 성과 상위 사분위 그룹에 속할 확률이 41%로 가장 높았으며, 그 뒤는 사업부 CEO 출신이 27%, COO 출신이 25%, CFO 출신은 8% 였다.
이는 지금까지 우리가 일반적으로 안정적 CEO승계자로 생각하던 COO, CFO, 또는 사업부 CEO 출신에 대한 믿음과는 다소 거리가 있다. 연구진은 "신규 CEO 선임에 있어 경험보다 기술과 능력을 중시하는 것이 더 나은 결과를 얻을 가능성이 높을 수 있다"면서 "이사회가 반드시 립프로그 후보자만 CEO로 선임해야 한다는 것은 아니지만, CEO 승계 적임자를 찾을 때 더 광범위한 접근법이 기업의 다양성, 형평성, 포용 노력 등을 북돋아 최종적으로 기업에게 더 큰 이득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한국에서 이러한 '립프로그' CEO 승진 사례는 미국보다 더 찾아보기 힘들다. 그러나 최근 립프로그 승진을 한 인터넷 네이티브 세대 여성, 네이버 최수연 신임 CEO 사례가 있다. 최 CEO는 C레벨 경영 경험은 없지만, 글로벌사업지원 전문성과 다양한 사내외 이해관계자를 넓게 포용할 수 있는 능력을 인정받았다. 이러한 네이버의 행보는 큰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네이버가 최수연 CEO 내정자를 작년 11월 파격 발탁 발표한 이후 금융·통신 등 전통 기업들 역시 젊은 CEO와 임원을 발탁했다는 소식이 이어졌다.
파격 CEO선임에 따른 화제성에 가려졌던 네이버의 내실 있는 선택에도 다시 한번 주목하게 된다. 네이버는 현재 인터넷 창업세대들이 국내 디지털 시장을 지켜내며 쌓아온 기술력과 서비스 노하우를 기반으로 라인, 네이버웹툰, 제페토 등 다양한 사업들이 글로벌 시장에서 가시적 성과를 내고 있다. 이밖에 검색, 광고, 이커머스, 핀테크, 클라우드, AI, 로봇 등 전세계 어느 기업에서도 찾아보기 힘든 다양한 서비스 포트폴리오와 자체 기술력으로 글로벌 시장을 공략할 수많은 총알을 갖고 있다.
앞으로 글로벌 도전을 가속화할 네이버에게는 경험에 의존한 안주보다는 과감한 도전이 필요한 시점이며, 이를 가장 잘 수행해 가시적 성과를 이끌어낼 가능성이 높은 적임자는 립프로그 승진한 최수연 신임 CEO라고 판단된다. 글로벌 디지털 시장에서 이기는 싸움을 위해 CEO 선임부터 흔치 않은 선택을 한 네이버가 최수연 CEO와 함께할 새로운 도약이 그 어느 때보다 기대되며, 네이버가 도전정신으로 글로벌 디지털 시장에서 새로운 길을 지속적으로 개척해 나가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