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만한 제자" 회초리 든 서울대병원 교수들…'온건파' 목소리 커지나

"오만한 제자" 회초리 든 서울대병원 교수들…'온건파' 목소리 커지나

박정렬 기자
2025.03.17 17:45
(서울=뉴스1) 김진환 기자 = 정부의 내년도 의대 정원 동결에도 불구하고 의대생들의 집단행동이 계속되는 가운데, 연세대에 이어 서울대와 고려대 의대도 미복귀 학생에 대한 제적 또는 유급 처리를 시사했다.   사진은 12일 서울 종로구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2025.3.12/뉴스1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서울=뉴스1) 김진환 기자
(서울=뉴스1) 김진환 기자 = 정부의 내년도 의대 정원 동결에도 불구하고 의대생들의 집단행동이 계속되는 가운데, 연세대에 이어 서울대와 고려대 의대도 미복귀 학생에 대한 제적 또는 유급 처리를 시사했다. 사진은 12일 서울 종로구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2025.3.12/뉴스1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서울=뉴스1) 김진환 기자

1년 넘게 학교와 병원을 떠난 의대생과 전공의를 17일 서울대병원 교수들이 실명 비판했다. 지금껏 휴학·사직으로 대정부 투쟁의 전면에 선 '제자'들을 옹호하던 데서 '책임없는 비판'이라며 스승들이 회초리를 든 것이다. 지금까지 '강경파'에 눌렸던 '온건파'가 이를 계기로 하나둘 목소리를 낸다면 향후 의정 갈등의 양상이 달라질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서울대 의대 교수 4인 '작심 비판'

서울대 의대·서울대병원 소속 하은진 신경외과 및 중환자의학과·오주환 국제보건정책·한세원 혈액종양내과·강희경 소아청소년과 교수는 이날 '복귀하는 동료는 더 이상 동료가 아니라고 주장하는 분들께'라는 제목의 입장문을 내고 "현재의 투쟁 방식과 목표는, 정의롭지도 않고, 사회를 설득할 수도 없어 보인다"면서 "현재의 투쟁 방식에 계속 동조할 것인지 제대로 된 목소리를 낼 것인지 선택하고 책임을 져야 한다"고 결단을 촉구했다.

이들은 "사태가 지속되면서 우리는 여러분들에게 실망하고, 절망하고 있다"면서 "메디스태프(의사 커뮤니티), 의료 관련 기사 댓글, 박단(대한전공의협의회 비상대책위원장)의 페이스북 글들, 그 안에 가득한 환자에 대한 책임도 동료에 대한 존중도 전문가로서의 품격도 찾아볼 수 없는 말들이 넘쳐난다. 조금은 겸손하면 좋으련만, 의사 면허 하나로 전문가 대접을 받으려는 모습도 오만하기 그지없다"고 말했다.

강희경 서울의대 교수가 지난해 열린 제43대 대한의사협회 회장선거 후보자합동설명회에서 정견 발표를 하고 있다./사진=[서울=뉴시스] 김혜진 기자
강희경 서울의대 교수가 지난해 열린 제43대 대한의사협회 회장선거 후보자합동설명회에서 정견 발표를 하고 있다./사진=[서울=뉴시스] 김혜진 기자

그러면서 "더 이상 침묵하는 다수에 숨어 동조자가 될 수 없다"며 "여러분은 2000명 의대 정원 증가가 해결책이 아니라는 오류를 지적하며 용기와 현명함을 보였지만, 의료 시스템을 개선하기 위한 로드맵도, 설득력 있는 대안도 없이 1년을 보냈고, 오직 탕핑(躺平)과 대안 없는 반대만이 있을 뿐"이라고 지적했다.

서울대병원 교수들은 의대생·전공의에게 총 여섯 가지의 질문을 통해 '사유'를 촉구했다. 먼저 "진짜 피해자는 지난 1년 동안 외면당하고 치료받지 못한 환자와 그들의 가족"이라며 "사직과 휴학은 스스로 선택한 일"이라고 꼬집었다. 다음으로 전공의 수련 과정을 '착취'라고 깎아내리는 것을 반박해 "전문의, 전문가로서의 소양을 기르는 과정이 고되다고 의미 없다, 안 한다고 쉽게 이야기할 거면 대체 왜 개선을 요구하는지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서울=뉴시스] 최동준 기자 = 10일 서울 종로구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융합관에서 열린 정부와 서울의대·서울대병원 교수비대위의 '의료개혁, 어디로 가는가' 토론회에서 정경실(왼쪽부터) 보건복지부 의료개혁추진단장, 장상윤 대통령비서실 사회수석비서관, 유미화 녹색소비자연대 상임대표, 강희경 서울의대·서울대병원 교수비대위장, 하은진 서울의대·서울대병원 교수비대위원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2024.10.10. photocdj@newsis.com /사진=최동준
[서울=뉴시스] 최동준 기자 = 10일 서울 종로구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융합관에서 열린 정부와 서울의대·서울대병원 교수비대위의 '의료개혁, 어디로 가는가' 토론회에서 정경실(왼쪽부터) 보건복지부 의료개혁추진단장, 장상윤 대통령비서실 사회수석비서관, 유미화 녹색소비자연대 상임대표, 강희경 서울의대·서울대병원 교수비대위장, 하은진 서울의대·서울대병원 교수비대위원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2024.10.10. [email protected] /사진=최동준

이들은 의사 면허가 '권리'만이 아닌 '의무'가 따른다는 점을 강조하며 "사회가 의료 분야에서 독점적 구조를 용인하면서도 그 부작용을 감수하는 이유는 면허 이면에 공공성을 요구하는 책임을 다해줄 것을 믿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전문가 정신은 의사의 이익과 환자의 이익이 충돌할 때, 환자의 이익을 우선해야 한다고 배우지 않았나"며 전문가로서 자세를 강조하기도 했다.

또 현장을 지키는 동료 의사와 교수, PA(진료지원) 간호사 등을 블랙리스트에 올리거나 비난하는 태도를 두고는 "동료애는 어디에 있습니까? 여러분이 돌아와도 가르칠 교수가 없을 지경"이라며 비판했다. 끝으로 "상대가 밉다고 우리의 터전을 파괴할 것이냐. 정부가 잘못한 것은 맞지만, 의료계도 똑같이 굴어야 하느냐"고도 되물으며 "When they go low, we go high." (그들이 저급하게 나오면, 우리는 품격 있게 대응한다) 미셸 오바마의 이 말을 우리는 되새겨야 한다"며 글을 마무리했다.

분위기 반전 '신호탄' 될까

현재까지 대한의사협회(의협)를 포함한 의료계는 의대 증원과 필수의료패키지의 '원점 재검토'를 외치는 등 '강경 투쟁' 일색이었다. 이날 입장문을 통해 사실상 의대생·전공의 복귀를 타진한 서울대병원조차 지난해는 가장 먼저 비상대책위원회를 꾸리고, 사직서 제출과 무기한 휴진에 앞장서는 등 투쟁의 선봉에 서기도 했다.

17일 서울 시내 한 의과대학 실습실 모습. /사진=[서울=뉴시스] 황준선 기자
17일 서울 시내 한 의과대학 실습실 모습. /사진=[서울=뉴시스] 황준선 기자

하지만, 의정 갈등이 1년 넘게 지속되고 의대생·전공의·의대교수 모두의 피해가 커지며 분위기는 점차 달라지고 있다. 서울대병원 교수들도 이미 지난해부터 대통령실과 의사단체 간 토론회를 최초로 여는 등 '토론'과 '협의'에 방점을 찍고 행동해왔다. 국립대병원의 '맏형'으로 투쟁 기조를 좌우하는 서울대병원 교수들의 '실명 입장문'은 향후 숨죽이고 있던 '온건파'의 목소리를 키우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 수도권 의대 교수는 "서울대병원의 입장문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사실 더 일찍 이런 목소리가 나왔어야 했다"며 "소수의 강경파 의지에 의사·환자 관계가 파탄에 이르는 지금 상황에 안타까움을 느끼는 의사가 많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이어 "서울대병원 입장문이 나온 뒤 메디스테프와 SNS(소셜미디어) 등에서 이름을 올린 교수에 대한 비판과 조롱이 이어지는 상황"이라며 "일각에서는 의대생·전공의 사안을 '원칙대로' 처리하지 않으면 끝이 나지 않을 것이란 의견도 나온다"고 덧붙였다.

강희경 교수는 입장문을 내면서 "지난 1년을 돌아보며, 침묵하는 다수가 되지 않고 생각하고 이야기하는 이들이 되고자 글을 작성했다"며 "의료계는 자기 합리화가 아닌 자기 객관화가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중증 의료의 한가운데서 버텨가며 한때는 제자들이었거나 미래의 제자인 이들에게 솔직한 심정을 전한다"고 밝혔다.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박정렬 기자

머니투데이에서 의학 제약 바이오 분야 기사를 쓰고 있습니다.

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