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의는 말잔치였고 큰 맘 먹고 참석한 티모시 가이트너 미재무장관의 말발은 서지않았다. 16일(현지시간) 폴란드서 열린 유로존 재무장관회의 얘기다.
이날 회의서 가이트너 장관은 유로존의 단합된 대응을 주문하면서 공격적인 처방을 내놨지만 큰 호응을 얻지 못했다. "자기 코가 석자인 미국이 그런 제안할 자격있나"는 자존심 섞인 감정도 나왔다.
가이트너장관은 연설을 통해 "유럽 각국과 유럽중앙은행(ECB)이 시장에서 파국적 위험을 걷어내기 위해 힘을 모아야한다"며 "유로존 장래를 의심케 하는 느슨한 회담을 끝내라"고 촉구했다. 또 "유럽의 운명을 다른 손에 맡기지 말라"고도 충고했다.
가이트너, EFSF 증액 및 보증기금 전환 제안
가이트너 장관은 유럽금융안정기금(EFSF) 증액을 촉구하고 유로존 채권 매수자에게 잠재손실 일부를 보증해주도록 하자는 제안도 내놨다.
로이터에 따르면 그 비율은 20%가 유력하다. 현재의 EFSF로는 그리스, 아일랜드, 포르투갈은 물론 스페인, 이탈리아까지 지원하기에는 규모가 충분치 않다는 판단에 따라 EFSF를 아예 신용보증기금화 해서 지원규모를 키우자(레버리지)는 아이디어다.
예를 들어 100억달러 기금으로는 시장에서 100억달러 어치 채권만 살 수 있다. 그러나 신용보증기금화 해서 채권매입액의 20%까지 손실을 보전해주는 방법을 쓰면 최대 500억달러까지 채권매입을 지원할 수 있다. 또 EFSF가 직접 보증을 제공하지 않고 매수자가 제3의 기관과 크레디트 디폴트 스와프할 때 들어가는 비용을 대주는 것도 가능하다.
이같은 지원 효율성 때문에 가이트너 장관의 EFSF의 보증기금화 제안은 시장의 관심을 매우 끈 사안이었다. 그러나 유럽 반응은 '글쎄요..' 였다.
마리아 펙터 오스트리아 재무장관은 회담후 기자들에게 "난국 수습을 위해 지급보증이 필요하다는 파격적인 제안을 했다"면서 "유로존 보다 펀더멘털이 더 좋지 못한 미국이 우리가 무엇을 해야 할 것인지 훈수를 하는 것이 영 거북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유럽이 위기 극복을 위해 더 많은 돈을 써야한다는 제안에 대해서는 분명한 의견불일치가 있었다"고 전했다. 이날 볼프강 쇼블레이 독일 재무장관은 납세자에게 부담을 더 주는 일이 있어서는 안되며 금융거래세를 도입한 것이 EFSF규모를 늘리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주장했다. 금융거래세와 관련 가이트너 장관은 반대입장을 고수했다.
독자들의 PICK!
로이터 통신에 인용된 한 유럽 고위관리는 "가이트너 장관 제안이 논의에는 올랐지만 긍정도 부정도 아닌 그저 그런 수준에 머물렀다"고 말했다.
유로존 재무장관 회의인 유로그룹 의장인 장 클로드 융커 룩셈부르크 총리는 "유로존 비회원국도 같이 모이는 자리여서 EFSF 규모를 늘리는 문제는 논의대상에서 제외돼 있다"고 말했다.
"역내국 재정확대 불가 재확인...그리스 지원 계속키로
융커 총리는 재정정책에 대해서도 "유로존에선 재정건전화가 최우선 과제이고 더이상 재정에 의한 경기부양은 없다"고 쐐기를 박았다. 이 역시 미국이 주장해온 사안이다.
다만 그리스에 대한 추가지원을 지속적으로 실시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그리스가 약속대로 재정적자를 감축하는 것을 조건으로 10월 상순까지 80억 유로의 구제금융 지급 여부를 결정키로 했다.
당초 9월 지급 예정이었으나 한 달 미루어진 것이지만 어쨌든 지원키로 한 것이 부각돼 증시에 긍정적으로 작용했다.
로이터 통신이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한 바에 따르면 그리스 2차 구제금융에서 장단기 채무 스와프에 참여하기로 한 민간채권자 비율이 75%가 채 못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목표로 했던 90%의 비율에 훨씬 못미치는 것이다.
2차 구제금융에서 민간채권자는 현재 만기 5년이하 채권을 30년만기 장기 채권으로 교환해주든가 아니면 같은 현재가치로 현금으로 상환받든지 선택해야한다.
디이에르 레인데르스 벨기에 재무장관은 이와 관련 EFSF가 차액을 보전하는 것이 한가지 방안이 될 수 있다고 언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