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노든 탑승 헛소문에 볼리비아 대통령 전용기 유럽에서 수모

일부 유럽 국가들이 볼리비아 대통령기의 영공 진입을 거부한데 대해 남미대륙 12개국으로 구성된 남미국가연합(UNASUR)이 대응책을 모색하기 위해 4일(현지시간) 긴급 정상회담을 갖는다고 뉴욕타임스(NYT) 등이 보도했다.
앞서 포르투갈과 프랑스 스페인 이탈리아 등 일부 유럽 국가들은 2일 볼리비아 대통령기에 미 정보당국의 기밀프로그램을 폭로한 스노든이 탔을 수 있다며 영공 진입을 거부했다. 모랄레스 대통령은 1~2일 러시아에서 열린 가스수출국 포럼에 참석한 후 볼리비아로 돌아가는 길이었다. 이에 대해 남미국가연합은 '남미에 대한 모욕'이라며 발끈하고 있다.
대통령기는 사실상 오스트리아 빈에 강제 착륙했고, 모랄레스 대통령과 수행원단은 공항 VIP라운지에서 하룻밤을 보내야 했다. 모랄레스 대통령은 이튿날 아침 "13시간 동안 납치당했다"며 불쾌감을 표했다.
하인트 피셔 오스트리아 대통령이 그를 방문해 자초지종을 설명했으나, 대통령기 수색이라는 외교사에 전례 없는 일을 겪기도 했다. 결국 오스트리아 당국이 스노든이 대통령기에 탑승하지 않았음을 공식 확인한 뒤에야 그는 이튿날 아침 볼리비아로 출국할 수 있다.
크리스티나 페르난데스 아르헨티나 대통령은 "끝난 줄만 알았던 (유럽) 식민주의의 흔적을 보여준 사건"이라며 "남미 국가 모두에 영향을 준 수모"라고 말했다. 라파엘 코레아 에콰도르 대통령도 트위터에 "상황이 상당히 심각하다"며 "남미 국가들에 대한 모욕"이라고 지적했다.
유럽에 대한 비난을 넘어서서 미국이 그 배후에 있다는 주장도 나왔다. 모랄레스 대통령과 동행했던 루벤 사베드라 볼리비아 국방장관은 전날 "이는 미국이 꾸민 사보타주 행위다"라고 비난했다.
이러한 외교적 마찰은 모랄레스 대통령의 비교적 사소한 발언에서 시작됐다. 지난 1일 그는 가스수출국 포럼에서 스노든의 망명을 허용할 생각이 있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있다"라고 답했다.
이에 망명지를 찾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는 스노든이 모랄레스의 전용기를 타고 볼리비아로 망명했다는 추측성 보도가 일었다. 볼리비아가 대표적인 반미 국가라는 점도 크게 작용했다.
스노든은 홍콩을 떠나 지난달 23일 러시아에 도착한 뒤, 11일째 모스크바의 셰레메티예보 국제공항의 환승구간에 머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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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직 미 중앙정보국(CIA) 직원이자 미 국가안보국(NSA) 외주업체에서 일한 스노든은 지난달 초 미 정보기관들의 광범위한 개인정보 비밀 수집행위를 폭로해 큰 파장이 일었다.
그는 이들 기관이 미국인뿐 아니라 중국인 등 전 세계 인터넷 접속 기록을 수집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우방국 대사관의 전화와 팩스를 도청하고, 인터넷 망에 침투해 민감한 정보를 빼갔다고도 폭로하면서 외교적 마찰도 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