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서 대낮에 암살된 조지아인…범인은 러시아"

"독일서 대낮에 암살된 조지아인…범인은 러시아"

임소연 기자
2021.12.17 00:07
살해된 조지아 국적의 체첸인/사진=AFP
살해된 조지아 국적의 체첸인/사진=AFP

독일 정부가 대낮에 베를린 도심에서 살해된 조지아인 살인 사건의 공범으로 지목된 러시아 외교관 2명을 추방했다. 사건 당시 러시아 외교관 2명을 추방한 데 이어, 독일 법원이 판결에서 사건의 배후로 러시아를 지목하자 추가 조치한 것이다.

15일(현지시간) 독일 DPA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베를린 고등법원은 지난 2019년 8월 베를린 도심의 공원인 티어가르텐 인근 주차장에서 반러 인사인 조지아 국적의 체첸인 젤림칸 칸고슈빌리를 살해한 혐의로 기소된 러시아 국적 남성에게 이날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판결에서 사건의 배후로 러시아를 지목했다. 피고인이 러시아의 지시를 받고 행동한 게 명백하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해당 행위는 순전히 복수 차원에서 이뤄졌다"면서 "국가 주도의 테러리즘"이라고 선고 이유를 밝혔다.

독일 법원은 피고인이 여행객 행세를 하며 독일에 입국해 2019년 8월 23일 '2차 체첸 전쟁' 당시 민병대에서 러시아에 맞서 싸움을 이끌었던 피해자를 비열하게 살해했다고 지적했다. 피고인은 자전거를 타고 접근해, 피해자의 등 뒤에서 세 차례 총격을 가한 것으로 드러났다.

대낮에 타국에서 러시아인이 체첸인을 살해한 배경?

2차 체첸 전쟁이란 1999년 체첸 독립파와 러시아 연방 및 러시아계 체첸 세력 사이에 발생한 전쟁이다. 러시아로부터의 독립을 목표로 한 1차 체첸 전쟁이 1996년에 끝난 후 체첸은 러시아에서 독립했다.

그러나 러시아는 체첸 반군이 민족주의적인 세력과 이슬람 원리주의적인 세력으로 나뉘었단 걸 파악하고 민족주의 세력을 이용해 체첸에 친러시아계 정부를 수립했다. 이후 일어난 2차 체첸 전쟁은 러시아의 승리로 끝났다. 이후 러시아와 친러시아 세력이 암암리에 반러시아 세력 지도자들을 살해하는 등 소규모 테러가 발생하고 있다.

2008년엔 러시아-조지아 전쟁도 발생했다. 조지아군과 친러시아 성향의 남오세티아 분리주의자들 간 전쟁이다. 소련이 해체되면서 독립한 조지아는 우크라이나, 아제르바이잔, 몰도바와 함께 반러시아 벨트를 형성해 왔다.

이번 사건에서 살해된 조지아 국적의 체첸인은 러시아가 눈엣가시로 여기는 인물이었던 것으로 파악된다.

"독일법에 대한 무시" vs "편향적인 결정"
러시아인에 대한 재판이 이뤄지는 독일 법원/사진=뉴시스
러시아인에 대한 재판이 이뤄지는 독일 법원/사진=뉴시스

한편 이번 사건의 피의자로 세워진 러시아 남성은 가짜 신분을 위해 러시아 정부가 발급한 여권을 사용했다. 독일 법원은 러시아 개입의 증거로 봤다. 러시아 정부는 사건 후에도 관여 사실을 숨기기 위해 피고인의 여권상 신분이 맞는 것으로 우겼다고 법원은 밝혔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도주한 뒤 슈프레강에서 건진 옷에 묻은 화약 자국과 DNA 흔적, 목격자 증언 등 증거는 분명하다"며 "살인 행위는 베를린에 주재하는 공범에 의해 철저히 준비됐다"고 밝혔다.

독일 정부는 러시아를 비난하며, 재판에서 공범으로 지목된 러시아 주재 외교관 2명을 추방 조치했다. 안나레나 배어복 독일 외교부 장관은 "국가(러시아)가 지시한 이번 살인사건은 독일법과 독일의 주권을 심각하게 침해한 것"이라고 밝혔다. 독일 정부는 또 러시아 대사를 초치해 소속 외교관 2명을 '페르소나 논 그라타(외교적 기피인물)'로 지정했다고 통고했다. 파견국은 '페르소나 논 그라타' 통고를 받으면, 해당 외교관을 소환하거나 외교관직을 박탈한다.

러시아는 이를 부인했다. 세르게이 네차예프 주독러시아 대사는 성명을 통해 "이번 판결은 이미 어려운 러시아·독일 관계를 심각하게 악화하는 편향적이고 정치적인 결정"이라며 "러시아 당국이 살해를 지시했다는 판단은 어처구니없는 것이다. 반러시아 정서가 재판 내내 강요됐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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