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째진 눈 모델=중국인 비하?'…무차별 공격 퍼붓는 中애국주의

'째진 눈 모델=중국인 비하?'…무차별 공격 퍼붓는 中애국주의

송지유 기자
2022.01.04 06:10

英 BBC '중국인 비하' 광고 논란 집중 조명,
획일화된 미적 기준·과도한 애국주의 때문…
문제된 기업들 줄줄이 사과하고 광고 내려,
기업 뿐 아니라 모델들에도 인신 공격…
"눈 작으면 중국인 자격없나" 작심발언도

중국인 외모를 비하했다는 논란에 휩싸인 광고 사진들. (왼쪽부터) 중국 식품회사 싼즈쑹수, 글로벌 명품브랜드 디올과 구찌/사진=웨이보, 디올·구찌 공식 SNS
중국인 외모를 비하했다는 논란에 휩싸인 광고 사진들. (왼쪽부터) 중국 식품회사 싼즈쑹수, 글로벌 명품브랜드 디올과 구찌/사진=웨이보, 디올·구찌 공식 SNS

쌍꺼풀 없는 길고 가는 눈매의 여성 모델을 내세운 광고들이 잇따라 중국인 비하 논란으로 번진 것은 중국의 획일화된 미적 기준과 과도한 애국주의 때문이라는 진단이 나왔다.

3일(현지시간) 영국 공영방송 BBC는 '왜 중국의 어떤 사람들은 작은 눈이 아름답지 않다고 생각하는가'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광고에 등장하는 '작은 눈' 모델들이 중국인 비하 논란으로 비화한 현상을 집중 조명했다.

중국 식품회사 싼즈쑹수는 쌀국수 광고에 눈이 작은 모델을 썼다는 이유로 지난달 네티즌들의 공격을 받았다. 지난 2019년 광고를 촬영한 지 2년이 지난 시점에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해당 광고가 갑자기 퍼지면서 "모델의 작은 눈이 중국을 모욕하는 것"이라는 비난이 쏟아졌다.

결국 이 회사는 "모델의 신체 특징일 뿐 중국인을 추하게 묘사할 의도가 없었다"며 "대중의 미적 감각에 불편함을 준 데 깊은 유감을 표시한다"고 사과했다. 해당 광고도 삭제했다.

회사 뿐 아니라 여성 모델에게도 무차별 인신공격이 이어졌다. 이에 관련 쌀국수 모델이었던 차이냥냥은 자신의 SNS에 "눈이 작으면 중국인이 될 자격이 없느냐"며 "모델로서 일했을 뿐인데 내가 무슨 잘못을 했는지 모르겠다"고 불편한 심경을 드러냈다. 그는 이어 "내 외모는 부모님이 물려주신 것인데 그럼 내가 태어난 날부터 중국을 모욕해 온 것인가"라고 반문하며 "애국에 대해선 두 손 들어 찬성하지만 (중국인들이) 매사 일을 크게 키우는 것은 병적인 상태"라고 주장했다.

여성 모델 외모로 논란이 됐던 메르세데스 벤츠 중국 광고/사진=SNS 갈무리
여성 모델 외모로 논란이 됐던 메르세데스 벤츠 중국 광고/사진=SNS 갈무리

글로벌 기업들도 광고 모델 외모와 관련 맹비난을 받다가 줄줄이 공식 사과했다. 프랑스 명품업체 디올은 지난해 11월 중국 전통의상을 입고 눈화장을 짙게 한 여성 모델을 앞세운 광고 사진을 공개했다가 논란이 됐다. 네티즌은 물론 관영매체까지 나서 "작은 눈과 주근깨로 아시아 여성을 못생겨 보이도록 비하했다"고 비판했다. 메르세데스 벤츠와 구찌도 눈이 작고 광대뼈가 두드러진 중국 여성을 내세운 광고를 올렸가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광고 속 모델의 모습을 보고 19세기 서구 문화에서 나타난 아시아인에 대한 고정관념을 떠올리게 한다는 것이 논란의 핵심이라고 BBC는 분석했다. 또 오늘날 많은 아시아인이 이를 굉장히 모욕적으로 생각한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중국에서 벌어지는 잇단 외모 비하 논란은 일부 중국인들의 획일화된 미적 기준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홍콩 침례대학의 루웨이 로즈 루치우 교수는 "찢어진 눈에 불쾌감을 느끼는 것은 미적 다원주의를 거부하는 것이기 때문에 매우 위험한 현상"이라며 "특정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는 아름다움을 억압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이와 관련 중국 내에서도 "미적 기준은 다양할 수 있는데 과도한 반응"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중국 가치를 최우선으로 내세우는 애국주의 네티즌들에 묻혀 힘을 얻지 못하는 분위기다.

크고 둥근 눈에 대한 선호 현상은 아이러니하게도 서구의 영향을 받은 것이라고 BBC는 전했다. 과거 고대 중국에선 작은 눈을 선호했으며, 현대 중국에서 아름다움의 기준은 1970년대 후반 변화에서 고착된 것이라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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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외 벤처투자 업계와 스타트업 생태계 전반을 취재하고 있습니다. 한 발 더 나간, 한 뼘 더 깊은 소식으로 독자 여러분과 만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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