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기 땐 실패했는데…트럼프의 철강 관세, 미국 제조업 살릴까

1기 땐 실패했는데…트럼프의 철강 관세, 미국 제조업 살릴까

김희정 기자
2025.03.12 17:08

12일 0시1분(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약 1500억달러(약 218조원)에 달하는 철강·알루미늄 수입품 관세를 발효하면서 관세 도입 취지대로 미국의 제조업이 부활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수입산 가격이 올라 미국산 제품의 경쟁력이 일시 높아질 순 있으나 자동차와 건설 등 산업 전방위적으로 원가가 높아져 기업 부담이 가중될 수 있단 우려도 높다. 기업 투자가 오히려 줄고 일자리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모든 국가의 철강과 알루미늄에 부과한 25% 관세가 12일 오전 0시(현지시간, 한국시간 12일 오후 1시)를 기해 발효됐다. 미국은 이번 철강·알루미늄을 시작으로 4월 2일부터는 자동차, 반도체, 의약품 등 한국의 수출 품목에 대한 25%의 관세에 더해 상대국의 관세율 및 비관세 무역장벽까지 고려한 '상호관세'까지 예고하고 있다. 사진은 12일 오후 경기 평택시 포승읍 평택항 수출 야적장에 차량이 주차되어 있는 모습./사진=뉴스1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모든 국가의 철강과 알루미늄에 부과한 25% 관세가 12일 오전 0시(현지시간, 한국시간 12일 오후 1시)를 기해 발효됐다. 미국은 이번 철강·알루미늄을 시작으로 4월 2일부터는 자동차, 반도체, 의약품 등 한국의 수출 품목에 대한 25%의 관세에 더해 상대국의 관세율 및 비관세 무역장벽까지 고려한 '상호관세'까지 예고하고 있다. 사진은 12일 오후 경기 평택시 포승읍 평택항 수출 야적장에 차량이 주차되어 있는 모습./사진=뉴스1
1기 철강 관세 직후엔 생산 오히려 감소…일자리 4.5만개 줄어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트럼프 1기 철강 관세가 도입된 다음해인 2019년 미국의 산업 생산은 감소했다. 철강 관세가 제조 원자재 비용을 높이고 다른 나라의 보복 조치를 불러 광범위한 제조업 침체로 이어진 증거라고 통신은 짚었다. 같은 해 미국의 제조업 일자리는 4만5000개가 줄었다. 이번에도 비슷한 피해가 있을 수 있다는 경고의 목소리가 나온다.

알루미늄 대기업 알코아의 최고경영자(CEO) 빌 오플링거는 새로운 철강·알루미늄 관세로 인해 2만개의 직접 일자리가 사라지고 8만개의 간접 일자리가 사라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공식 데이터에 따르면 현재 미국 철강공장에서 일하는 사람은 8만3600명이다. 2016년 트럼프 당선 첫 해 때보다 고작 600명 늘었다.

1기 철강 관세 도입 이후 미국 철강산업의 경쟁력이 높아진 것도 아니다. 2024년 미국 철강산업의 생산량은 관세가 부과되기 전인 2017년보다 1% 낮았고, 알루미늄 생산도 거의 10% 줄었다. 인건비, 에너지 등 생산 비용 상승이 산업 쇠퇴의 주요인이었다. 반면 캐나다는 저렴한 수력 발전을 이용해 미국에 알루미늄 공급을 늘렸다.

12일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에 미국산 소고기가 판매되고 있다.   미국 전국소고기협회(NCBA)가 30개월 이상 미국산 소고기를 한국에 수출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트럼프 행정부에 정식 요청했다. NCBA는 "미국산 소고기에 대한 30개월 월령 제한은 한국에서 민감한 사안으로, 무시해선 안 되는 문제라는 점을 잘 알고 있다"고 인정했다. 다만 중국, 일본, 대만에선 미국산 소고기의 안전성과 품질을 인정해 30개월 제한을 해제했다며, 한국에서도 유사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사진=뉴시스
12일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에 미국산 소고기가 판매되고 있다. 미국 전국소고기협회(NCBA)가 30개월 이상 미국산 소고기를 한국에 수출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트럼프 행정부에 정식 요청했다. NCBA는 "미국산 소고기에 대한 30개월 월령 제한은 한국에서 민감한 사안으로, 무시해선 안 되는 문제라는 점을 잘 알고 있다"고 인정했다. 다만 중국, 일본, 대만에선 미국산 소고기의 안전성과 품질을 인정해 30개월 제한을 해제했다며, 한국에서도 유사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사진=뉴시스
예외 국가 없이 전방위 관세…최대 피해국은 캐나다

이를 의식한 듯 2기 관세는 더 독해졌다. 철강과 알루미늄에 각각 25%, 10%의 관세를 부과했던 1기와 달리 세율을 25%로 상향 통일했다. 예외 국가를 두지 않고 부과 대상도 대폭 넓혔다. 1기 때 기본 강철과 알루미늄 제품에 초점을 뒀다면 이번엔 자동차와 창틀, 고층빌딩을 짓는 데 필요한 금속 가공품부터 볼트, 불도저 칼날, 청량음료 캔까지 광범위한 금속 제품에 관세가 부과된다.

국내 철강·알루미늄 생산을 강화하기 위한 조치라지만 미국이 건설, 자동차 제조, 음료 포장 및 군사 장비 생산 등에서 상당한 금속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것을 감안하면 미국 경제에 미칠 영향이 막대하다. 모건스탠리의 수치에 따르면 미국은 알루미늄 수요의 80% 이상을 수입하고 강철 수요의 약 17%를 수입한다.

12일 경기 평택시 평택항에 수출용 자동차가 세워져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자국 산업을 살리겠다며 수입산 철강과 알루미늄에 부과한 25% 관세가 한국시간으로 12일 오후 1시부터 발효됐다. 이에 따라 미국으로 수입되는 철강·알루미늄과 파생 제품 약 1500억 달러, 우리 돈으로 218조 원 규모가 이번 관세의 영향을 받는다. 정부는 다음 달부터 반도체와 자동차 등에 대한 품목별 관세 부과도 예고된 상황에서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12일 경기 평택시 평택항에 수출용 자동차가 세워져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자국 산업을 살리겠다며 수입산 철강과 알루미늄에 부과한 25% 관세가 한국시간으로 12일 오후 1시부터 발효됐다. 이에 따라 미국으로 수입되는 철강·알루미늄과 파생 제품 약 1500억 달러, 우리 돈으로 218조 원 규모가 이번 관세의 영향을 받는다. 정부는 다음 달부터 반도체와 자동차 등에 대한 품목별 관세 부과도 예고된 상황에서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당장 피해가 가장 큰 곳은 대미 최대 금속 수출국인 캐나다다. 캐나다는 퀘벡에 8개의 제련소를 두고 있고 브리티시 컬럼비아에도 1개가 있다. 캐나다는 미국 알루미늄 수입의 58%를 차지한다. 이어 아랍에미리트가 6%, 중국이 4%를 차지한다. 강철도 캐나다가 23%, 그 다음이 브라질(16%), 멕시코(12%), 한국(10%)순이다.

"예외 허용 말라" 미 철강 3인방 트럼프에 편지, 제품값 20% 뛰어

미국 제조업 근로자수는 1200만명으로 사실 철강 사업이 전체 일자리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미미하다. 그런데도 트럼프가 철강 관세에 '집착'하는 이유는 한 때 미국 제조업을 표방했던 철강산업 자체의 상징성과 트럼프 주변 참모들의 배경이 무관치 않아 보인다.

12일 경기 평택시 평택항에 철강 제품들이 쌓여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자국 산업을 살리겠다며 수입산 철강과 알루미늄에 부과한 25% 관세가 한국시간으로 12일 오후 1시부터 발효됐다. 이에 따라 미국으로 수입되는 철강·알루미늄과 파생 제품 약 1500억 달러, 우리 돈으로 218조 원 규모가 이번 관세의 영향을 받는다. 한국 산업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것은 이번 철강, 알루미늄 관세가 처음이다. /사진=뉴시스
12일 경기 평택시 평택항에 철강 제품들이 쌓여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자국 산업을 살리겠다며 수입산 철강과 알루미늄에 부과한 25% 관세가 한국시간으로 12일 오후 1시부터 발효됐다. 이에 따라 미국으로 수입되는 철강·알루미늄과 파생 제품 약 1500억 달러, 우리 돈으로 218조 원 규모가 이번 관세의 영향을 받는다. 한국 산업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것은 이번 철강, 알루미늄 관세가 처음이다. /사진=뉴시스

중국 및 관세 강경파인 피터 나바로 백악관 무역 고문은 트럼프 1기부터 미디어에 꾸준히 등장했는데, 그가 유명세를 탄 다큐멘터리 '중국에 의한 죽음'(Death by China)은 미국 최대 철강업체 누커(Nucor)의 자금을 받아 제작됐다.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최근까지 로펌 킹 앤 스폴딩의 파트너 변호사였으며 US스틸 측을 변호했다.

트럼프 대통령 본인이 관세 면제를 검토하겠다던 호주도 철강 관세를 피해가진 못했다. 미국 3대 철강업체 CEO들이 일제히 트럼프 대통령에 관세 면제를 인정하지 말 것을 서면으로 촉구한 여파다. 트럼프 행정부의 이전 행보를 감안하면 국가별 개별 협상을 통한 사후 면제 여지는 열려 있다. 한편 관세 부과를 앞두고 최근 미국 철강업체들이 제품을 가격을 올리면서 미국산 강철이 수입산보다 20% 이상 비싸졌다고 블룸버그는 보도했다.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김희정 기자

안녕하세요. 스토리팀 김희정 기자입니다.

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