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0시1분(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약 1500억달러(약 218조원)에 달하는 철강·알루미늄 수입품 관세를 발효하면서 관세 도입 취지대로 미국의 제조업이 부활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수입산 가격이 올라 미국산 제품의 경쟁력이 일시 높아질 순 있으나 자동차와 건설 등 산업 전방위적으로 원가가 높아져 기업 부담이 가중될 수 있단 우려도 높다. 기업 투자가 오히려 줄고 일자리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트럼프 1기 철강 관세가 도입된 다음해인 2019년 미국의 산업 생산은 감소했다. 철강 관세가 제조 원자재 비용을 높이고 다른 나라의 보복 조치를 불러 광범위한 제조업 침체로 이어진 증거라고 통신은 짚었다. 같은 해 미국의 제조업 일자리는 4만5000개가 줄었다. 이번에도 비슷한 피해가 있을 수 있다는 경고의 목소리가 나온다.
알루미늄 대기업 알코아의 최고경영자(CEO) 빌 오플링거는 새로운 철강·알루미늄 관세로 인해 2만개의 직접 일자리가 사라지고 8만개의 간접 일자리가 사라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공식 데이터에 따르면 현재 미국 철강공장에서 일하는 사람은 8만3600명이다. 2016년 트럼프 당선 첫 해 때보다 고작 600명 늘었다.
1기 철강 관세 도입 이후 미국 철강산업의 경쟁력이 높아진 것도 아니다. 2024년 미국 철강산업의 생산량은 관세가 부과되기 전인 2017년보다 1% 낮았고, 알루미늄 생산도 거의 10% 줄었다. 인건비, 에너지 등 생산 비용 상승이 산업 쇠퇴의 주요인이었다. 반면 캐나다는 저렴한 수력 발전을 이용해 미국에 알루미늄 공급을 늘렸다.

이를 의식한 듯 2기 관세는 더 독해졌다. 철강과 알루미늄에 각각 25%, 10%의 관세를 부과했던 1기와 달리 세율을 25%로 상향 통일했다. 예외 국가를 두지 않고 부과 대상도 대폭 넓혔다. 1기 때 기본 강철과 알루미늄 제품에 초점을 뒀다면 이번엔 자동차와 창틀, 고층빌딩을 짓는 데 필요한 금속 가공품부터 볼트, 불도저 칼날, 청량음료 캔까지 광범위한 금속 제품에 관세가 부과된다.
국내 철강·알루미늄 생산을 강화하기 위한 조치라지만 미국이 건설, 자동차 제조, 음료 포장 및 군사 장비 생산 등에서 상당한 금속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것을 감안하면 미국 경제에 미칠 영향이 막대하다. 모건스탠리의 수치에 따르면 미국은 알루미늄 수요의 80% 이상을 수입하고 강철 수요의 약 17%를 수입한다.

당장 피해가 가장 큰 곳은 대미 최대 금속 수출국인 캐나다다. 캐나다는 퀘벡에 8개의 제련소를 두고 있고 브리티시 컬럼비아에도 1개가 있다. 캐나다는 미국 알루미늄 수입의 58%를 차지한다. 이어 아랍에미리트가 6%, 중국이 4%를 차지한다. 강철도 캐나다가 23%, 그 다음이 브라질(16%), 멕시코(12%), 한국(10%)순이다.
미국 제조업 근로자수는 1200만명으로 사실 철강 사업이 전체 일자리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미미하다. 그런데도 트럼프가 철강 관세에 '집착'하는 이유는 한 때 미국 제조업을 표방했던 철강산업 자체의 상징성과 트럼프 주변 참모들의 배경이 무관치 않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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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및 관세 강경파인 피터 나바로 백악관 무역 고문은 트럼프 1기부터 미디어에 꾸준히 등장했는데, 그가 유명세를 탄 다큐멘터리 '중국에 의한 죽음'(Death by China)은 미국 최대 철강업체 누커(Nucor)의 자금을 받아 제작됐다.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최근까지 로펌 킹 앤 스폴딩의 파트너 변호사였으며 US스틸 측을 변호했다.
트럼프 대통령 본인이 관세 면제를 검토하겠다던 호주도 철강 관세를 피해가진 못했다. 미국 3대 철강업체 CEO들이 일제히 트럼프 대통령에 관세 면제를 인정하지 말 것을 서면으로 촉구한 여파다. 트럼프 행정부의 이전 행보를 감안하면 국가별 개별 협상을 통한 사후 면제 여지는 열려 있다. 한편 관세 부과를 앞두고 최근 미국 철강업체들이 제품을 가격을 올리면서 미국산 강철이 수입산보다 20% 이상 비싸졌다고 블룸버그는 보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