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기' 깨진 미·사우디 원자력 협정… 중동 '핵 도미노' 문 열리나

'금기' 깨진 미·사우디 원자력 협정… 중동 '핵 도미노' 문 열리나

뉴욕=심재현 특파원
2026.07.23 0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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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25년 11월18일 백악관을 방문한 사우디아라비아의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와 함께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AP=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25년 11월18일 백악관을 방문한 사우디아라비아의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와 함께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AP=뉴시스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22일(현지시간) 사우디아라비아와 원자력 협정을 체결했다. 미 원자력법 123조에 바탕을 둬 '123 협정'으로 불리는 이번 협정은 기존과 달리 사우디아라비아의 자체 핵물질 농축·재처리를 잠재적으로 허용, 무기급 핵물질 생산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중동 정세에 상당한 파장이 예상된다.

미국 에너지부는 이날 소셜미디어 X(옛 트위터) 계정을 통해 "크리스 라이트 에너지부 장관과 사우디아라비아 에너지부 장관인 압둘아지즈 빈 살만 왕자가 '123 협정'으로 알려진 평화적 원자력 협력 협정과 이에 수반되는 양자 안전보장조치 협정에 서명했다"고 밝혔다.

미 에너지부는 이번 협정이 미국의 원자력 기술 수출 확대, 고임금 미국 일자리 창출 및 장기적 경제 성장, 미국의 에너지 및 국가 안보 태세 강화, 글로벌 비확산 기준 보강, 미국과 사우디아라비아의 전략적 파트너십 강화 등으로 이어질 것이라면서도 협정의 구체적인 내용은 소개하지 않았다.

월스트리트저널·뉴욕타임스·로이터통신 등의 보도를 종합하면 미국이 사우디아라비아에 원자력발전소를 건설하고 원전 연료를 위한 우라늄 농축 및 사용후 연료의 재처리(플루토늄 추출) 기술을 이전하되 농축·재처리에는 미국 인력만 접근할 수 있도록 하는 방식이 거론된다.

다만 2년 동안의 공동연구에서 상업적 타당성이 입증된다는 전제 아래 사우디아라비아가 자국에 매장된 우라늄을 채굴하거나 수입해 농축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우라늄 농축과 플루토늄 추출을 완전히 금지하는 '안전핀'이 제거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009년 중동 국가 중 유일하게 미국과 123 협정을 맺은 아랍에미리트(UAE)의 경우 자체 핵연료 생산 권리를 포기하고 추가의정서에 따라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엄격한 사찰도 허용했다. 사우디아라비아는 미국과 수년에 걸친 협상 과정에서 UAE 모델을 거부, 현재까지 보도된 바에 따르면 이 같은 입장을 상당 부분 관철한 것으로 보인다.

외교안보가에선 미국과 사우디아라비아의 이번 협정이 튀르키예와 이집트를 비롯한 중동 국가들의 연쇄적인 '핵 도미노'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협정이 발효되면 중동의 맹주 지위를 놓고 이란·튀르키예와 경쟁하는 사우디아라비아 입장에선 미국을 뒷배로 입지가 탄탄해지는 효과도 거둘 수 있다.

외교가 일각에선 미국이 이란에 핵 프로그램 폐기와 핵물질 반출을 요구, 5개월째 전쟁을 벌이면서 사우디아라비아에는 자국의 이익을 위해 이중잣대를 적용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미 언론은 이번 협정이 연방의회 의석 구성상 승인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로이터통신은 다만 협정이 불발될 경우 사우디아라비아가 중국과 러시아, 또는 UAE에 원전을 건설한 한국이나 프랑스를 대안으로 삼을 수 있다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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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재현 특파원

머니투데이 뉴욕 특파원입니다. 뉴욕에서 찾은 권력과 사람의 이야기. 월가에서 워싱턴까지, 미국의 심장을 기록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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