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플레이션에 대한 공포가 세계 증시의 숨통을 조이고 있다.
낙폭이 과도하다는 성토가 곳곳에서 나오고 있지만 시장은 하락을 멈추지 않고 있다. 코스피지수 1200이 위협받고 있지만 아직도 바닥이 아니라는 속내를 강하게 내비치는 모습이다.
13일 개장 후 약 3시간이 지나고 있지만 코스피시장의 거래량은 9000주를 간신히 넘겼고, 거래대금은 1조4000억원에 불과하다.
류용석 현대증권 연구위원은 "거래가 부진한 것은 매수보다 매도 세력이 손을 놓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며 "주가 하락 압력이 높은 상황이라 매도 압력이 낮아졌다는 점은 오히려 다행스러운 일"이라고 말했다.
◇ 이번주가 고비?= 새로운 얘기도 아니지만 일단 주 중반 발표되는 미국의 물가지표를 확인해 보자는 의견이 다수다. 물가지표가 예상 수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고,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가 과도했다는 인식을 심어줄 경우 적어도 급락 양상에 제동이 걸릴 것이라는 기대다.
오현석 삼성증권 연구위원은 "미국 CPI가 국내외 증시의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이며, 소비자물가가 급등하지 않는 한 추가 하락의 여지가 많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물가 상승의 이면에는 중앙은행의 통화 긴축과 그로 인한 유동성 압박, 기업 실적 부진 등 복잡한 메커니즘이 얽혀 있지만 단순히 물가 상승만을 볼 때 시장의 반응이 지나치다는 분석이다.
류용석 연구위원은 "지난달 지표에서 수입 물가가 오른 것으로 나타났고, 이후 달러 약세가 진행됐다는 점에서 이번주 발표되는 지표도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 버냉키의 속내는= 벤 버냉키 미국 FRB 의장이 경제 성장을 희생하더라도 물가 상승 압력을 차단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후 각국의 중앙은행이 앞다퉈 인플레이션 해소에 대한 결연한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박영태 교보증권 리서치 센터장은 인플레이션 우려가 과장됐으며, 일부에서 제기하는 스테그플레이션이 현실화될 가능성도 미미하다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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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센터장은 "국제 원자재 가격이 안정되고 있고, 글로벌 물가지표도 안정 기조를 이루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금속 가격 급등에도 전체 원자재 가격이 안정적인 추이를 기록하고 있다"며 "미국의 핵심 물가지표가 시장의 우려보다 견조할 뿐 아니라 중국의 물가지표 역시 과도한 인플레이션 압력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드러나는 지표를 보면 최근의 주가 급락이 지나친 것으로 비쳐질 수 있지만 버냉키의 속내에 따라 달라지는 문제라는 지적도 있다.
류용석 연구위원은 "버냉키는 앞서 긴축의 의도가 에너지 가격을 겨냥한 것이라는 점을 밝힌 바 있다"며 "FRB의 목표는 소비자물가지수의 안정보다 자산 가격의 버블 해소"라고 말했다.
유동성의 증가로 글로벌 자산시장의 부가 팽창했고, 근본적인 원인을 미국의 저금리가 제공했는데 과실을 선진국보다 원자재를 가진 이머징마켓이 걷어가자 이에 대한 제동을 걸고 나섰다는 것.
그는 "국제 원자재 가격이 안정적인 추이를 보이고 있지만 버냉키는 시장이 생각하는 것보다 깊은 하락을 목표하는 것일 수 있다"고 말했다.
자산 가격을 겨냥한 긴축이 현재진행형이라면 최근 주가 하락이 가파르긴 했지만 바닥을 확신하기는 이르다는 의견이다.
◇ 코스피 1200도 위태= 장중 지수는 낙폭을 확대, 1200선마저 위태로운 모습이다.
외국인 매도가 1600억원을 넘어선 가운데 개인과 기관이 각각 608억원, 334억원 순매수하고 있다.
시장 PER이 5월 고점 당시 11배에서 9배로 떨어졌지만 저가매수 세력을 찾아보기는 힘들다. 최근에는 시황 설명회에서도 투자자들의 참여가 한산하다는 것이 애널리스트의 전언이다.
오현석 연구위원은 외국인 매도와 관련, "단순히 주식에 대한 비중을 줄이자는 차원에서 경기 둔화에 대한 우려를 반영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특히 인도와 러시아 비중을 줄인데 따라 여타 이머징마켓의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아져 다시 줄여야 하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