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홍수와 바다, 그리고 물타기

[기자수첩]홍수와 바다, 그리고 물타기

장시복 기자
2006.08.23 20:24

"바다가 홍수를 덮었나 봐요."

사상 초유의 법조비리로 불리며 신문 1면을 장식했던 '김홍수' 사건이 어느새 '바다이야기' 의혹에 묻혀 버리자 한 검찰 간부가 기자에게 던진 농담이다.

언론이 바다이야기 관련 보도에 '올인'하는 사이 검찰은 23일 자신들의 치부가 그대로 드러난 법조비리에 대한 중간 수사결과를 발표했다. 몇몇 기자들은 여론이 바다이야기로 쏠린 틈을 타 검찰이 수사결과를 발표하는 것이 '물타기'가 아니냐는 반응을 앞서 보였다. 홍수와 바다로 온통 물난린데 검찰까지 물을 쏟아붇는 것 아니냐는 우스갯 소리도 나왔다.

수사 결과 브리핑은 브리핑룸이 아닌 이인규 3차장 검사실에서 이뤄졌다. 따라서 통상 수사결과 발표 때마다 터지는 언론사 카메라의 플래시 세례도 없었다. '법조비리' 수사 결과 브리핑이었지만 일문일답의 절반 가량은 '바다이야기' 수사의 진행 상황에 대한 문답으로 채워졌다.

검찰은 김홍수씨의 로비를 받은 전직 판·검사 및 경찰 간부 4명에 대해 구속이 아닌 불구속 기소 처분을 했다고 브리핑에서 밝혔다. 김씨에게 '용돈'을 받은 나머지 현직 판검사와 경찰 간부 8명은 비위사실을 통보하는 선에서 갈무리했다. '수백만원'을 받은 것에 대해 "금품이 비교적 적고 대가성이 없기 때문"이라고 해명했다.

예상했던 대로 수사 결과에 대해 '솜방망이 처벌'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수사 초기 검찰의 강경한 의지에 비해 강도가 약하다는 것이다. 수사 발표문에도 "그동안 잘못된 관행과 풍토를 뿌리뽑고 법조계의 자정을 통해 건전한 법조 문화를 확립시키는 계기가 돼야 한다는 점을 깊이 인식하고 비장한 각오로 수사에 임했다"고 검찰은 적었다.

이에 대해 수사를 총괄 지휘해온 이인규 서울중앙지검 3차장은 "예전 법조비리 수사에 비해 훨씬 엄정하게 수사했다. 끝까지 지켜봐 달라. 세상은 많이 바뀌었다"고 비판을 차단하려 애썼다.

대검은 24일 법조비리 재발 방지책을 발표할 예정이다. 정상명 검찰총장의 대국민 사과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형거형(以刑去刑)’이라는 경구가 있듯 그 어떤 재발방지 방안이나 사과보다 법조비리를 효과적으로 막을 수 있는 대책은 결국 '엄정한 수사와 처벌'이라는 것을 누구나 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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