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산업은행의 '오지랖'

[기자수첩]산업은행의 '오지랖'

진상현 기자
2006.08.31 17:11

잠잠하던 산업은행이 다시 금융권의 이슈메이커로 부상했다. 7조원대에 달하는 LG카드 매각을 주도한데 이어 현대건설 인수전에 대한 '훈수'까지 두면서다.

김창록 산은 총재는 LG카드 우선협상자 선정을 마치고 지난 28일 기자들을 만났다. 이 자리에서 현대건설 얘기가 나왔다.

김 총재는 "(현대건설) 매각절차를 진행하기 전 우선적으로 구사주 문제를 풀고 진행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이를 해결하지 않고 매각을 진행한다면 최근 LG카드 매각 시 문제가 됐던 공개매수건 보다 문제가 커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 총재의 발언은 결국 '구사주' 문제의 공론화 계기가 됐다. 언론들은 '채권금융기관 출자전환주식 관리 및 매각준칙 관련 조항'을 언급하며 이 문제를 앞다퉈 보도했다.

원론적인 얘기라는 해명에도 불구하고 이번 일을 바라보는 금융권의 시선은 곱지 않다. 주채권은행이 아니라는 점, 특히 정부가 주인인 국책은행이라는 신분임을 감안하면 좀더 조심했어야 한다는 것이다.

공론화 이후 '구사주로서의 책임 여부'라는 본질적인 문제 외에 발언의 배경에 대한 의문이 꼬리를 물었던 것도 이 때문이다.

정부는 학계, 업계 전문가들과 함께 '산업은행 개편론' 논의를 한창 진행중이다. 대대적인 개편을 주장하는 논리 중 하나는 '우월적 위치에 있는 국책은행이 민간 금융기관의 영역을 침해하고 있다'는 것이다.

현대건설 구사주 문제에 대한 '산은발 공론화' 과정을 보면서 '개편론'이 불거지는 배경에 대한 산은의 고민이 부족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산업은행의 넓은 오지랖'이 언젠가 자신의 입지를 더 축소시키는 부메랑이 될 수도 있다.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