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자식만큼은 내가 하는 일을 안하도록 만들겠다."
개발시대 가난한 농민이나 일용직 근로자들의 푸념이 아니다. 21세기 고부가가치 산업의 하나로 꼽히는 소프트웨어(SW) 산업 종사자들이 모이면 나오는 단골 메뉴다. 그만큼 국내에서 SW업으로 먹고 살기 힘들다는 얘기다.
현재 국내 SW업체들은 개당 몇만원짜리 SW를 단돈 몇백원에도 납품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다 보니 만성적인 경영악화에 시달리고, 자연스럽게 종업원들의 처우도 열악해 지면서 우수한 인력들이 모이지 않는 악순환 구조에 빠져 있다.
이같은 악순환 구조의 중심에 대기업 계열의 시스템통합(SI) 업체들이 자리잡고 있다. SI업체들은 대기업과 공공기관의 대형 IT 프로젝트를 수주하고, 프로젝트에 소요되는 SW들을 개별업체에 하도급을 준다. 이 과정에서 SI업체들의 무자비한 가격 후려치기와 대금결제 지연 등의 횡포가 발생한다는 게 업계의 주장이다.
SW업체들은 SI업체들이 자신들의 제품에 제값만 쳐주면 제대로 된 인력을 모아 경쟁력 있는 SW를 만드는 선순환 구조로 변화시킬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이른바 'SW 제값주기' 관행만 정착된다면 고질적인 악순환의 고리를 끊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같은 SW업계의 목소리에 SI업체들은 상생 노력을 기울이겠다면서도 자신들도 공공기관에서 헐값 수주를 하고 있어 SW가격을 높게 쳐주기 어렵다며 공을 정부측으로 돌린다.
그러나 몇년째 이같은 논리를 펴는 SI업체들의 실적은 눈부실 정도다. 올 상반기, 삼성SDS는 매출 9524억원에 순이익 1004억원, LG CNS는 매출 8148억원에 순이익 380억원, SK C&C는 매출 4437억원에 순이익 1214억원을 기록했다. 이 정도면 자신들도 공공기관의 저가 발주로 힘들다는 논리는 누가 보아도 궁색해 보인다.
기업이 수익을 많이 내는 것을 트집잡을 수는 없다. 그러나 그 수익이 하청업체의 희생을 전제로 해 산업의 생태계를 위협하는 정도라면 다시 생각해 봐야 할 문제다. 생태계가 붕괴되면 생태계의 최상위자도 결국 살아남을 수 없다는 점을 SI업체들도 생각해 볼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