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솔직히 우리도 모른다. 상황이 어떻게 돌아갈지 알아야 뾰족한 대책을 내놓을 것 아니냐"
11일 과천에서 만난 경제부처 관계자는 이렇게 털어놨다. 북한 핵실험 발표 후 상황에 대한 답답함의 표현이다.
그는 "안보팀과 협의는 하지만 그쪽도 모르긴 마찬가지"라고 했다. 또 "유엔 안보리는 중국, 러시아가 있으니 괜찮을지 몰라도 미국은 다르다"며 "미사일 탑재까지 간다면 군사제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다른 당국자는 "북한이 핵실험을 한게 사실인지 여부도 파악이 안 됐다"며 "일단 지켜보는 것 말고 할 수 있는게 없다"고 했다.
'시계 제로'의 안개 속에서 정부도 판단이 쉽지 않아 보인다. 정보 부족은 고스란히 불안감으로 나타났다.
권오규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외국인투자자의 자금이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지난 10일 국회 재정위 공식보고에서다. 그는 "국내 불안심리가 조성돼 원자재, 생필품에 대한 '사재기'가 발생할 수도 있다"고까지 했다.
과거 북핵 위기 때 애써 느긋해하던 정부의 모습에 비춰 이례적이다. 하지만 '핵공포'를 초탈(?)해서인지 '사재기'에 관심도 없는 국민들의 모습과 대조된다. 주식시장에서 4일째 순매수 행진을 펼친 외국인의 시각과도 거리가 있다.
북한 핵실험 발표 후 정부가 보인 태도는 '자신감 상실'로 요약된다. 한 정부 관계자는 "우리가 유엔 안보리 회원도 아니고, 지금 뭘 할 수 있겠냐"며 무기력함을 토로했다. 노무현 대통령의 "대화를 강조할 수 있는 입지가 현저히 위축됐거나 상실되고 있다"(9일 기자회견)는 발언도 같은 맥락이다.
하지만 북한에 발등을 찍힌 건 비단 우리나라만이 아니다. 위기 경고는 고강도 제재 방침이 나온 뒤라도 늦지 않다.
이럴 때 "외교력을 총동원해서라도 반드시 파국은 막겠다"는 정부의 다짐을 바라는 건 지나친 기대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