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300]
"동맹 관계를 정원에 비유하는 사람도 있다."
정동영 통일부 장관이 지난달 북한의 우라늄 농축시설 지역으로 구성시를 언급한 것을 계기로 한미 간 이상기류가 감지된다는 시각에 위성락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내놓은 답이다. 정 장관의 발언을 둘러싼 한미 간 의견 불일치는 동맹관계 관리 과정에서 발생하는 현안 중 하나로 과도하게 정치쟁점화해선 안 된다는 게 위 실장의 당부였다.
청와대와 관계당국의 목소리를 종합해보면 정 장관과 미국 측의 시각차는 발언의 출처에 기반한다. 미국은 정 장관이 한미가 공유하는 이른바 '연합 비밀'에 근거해 구성시 발언을 했다고 보는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정 장관은 관련 내용을 '오픈 소스'(공개된 정보)에서 취득한 것으로 연합 비밀에 대한 보고를 받은 바 없다는 입장이다. 정 장관은 최근 "문제를 일으킨 사람들의 의도가 있을 것"이라며 불쾌감을 여과없이 드러내기도 했다.
논란의 핵심은 발언의 당사자인 정 장관의 직위와 위치에 있다. 구성시 사안이 미국 싱크탱크 보고서 등에서 알려진 내용이더라도 관계부처 장관이 직접 언급하는 순간 정보의 무게는 달라진다. 한국 정부라는 출처가 확인되는 순간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전해지던 정보는 공식 확인된 정보로 격상된다. 정보의 가치는 크게 올라 이번 논란과 같은 특정 계기를 통해 확산된다.
더 큰 문제는 미국의 정보 공유 제한 등 양국 외교갈등 상황까지 노출됐다는 점이다. 동맹 관계에도 주권 국가들이 때때로 기싸움을 벌이는 건 불가피하고 당연한 일이다. 그런데 이번엔 갈등 과정이 여과없이 알려졌다. 핵심 관계자들만 공유하고 관리돼야 하는 정보의 보안이 이뤄지지 않은 것이다. 위 실장의 말대로 동맹 관계에 만족하고 관리에 손을 놓는 순간 잡초가 자라고 그 뿌리를 통해 거대한 틈이 생긴다.
이재명 대통령은 취임 직후부터 불거진 동맹국이자 초강국대국인 미국과의 관세·안보 이슈로 난도 높은 협상을 이어가고 있다. 한국이 국익 중심 실용외교를 펼치듯 미국은 힘의 우위에 기반한 자국 우선주의를 계속 앞세울 가능성이 높다. 이런 때일수록 효과적인 정보 관리와 메시지 발신이 긴요하다. 정치 쟁점화나 과도한 확대 해석을 경계하기 이전에 논란의 빌미를 만들지 않는 정교한 접근이 필요하다. 안보의 핵심은 정보 공유 자체보단 통제와 관리 능력이라는 점을 잊어선 안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