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지구정복 쾌감주던 아리랑2호가…

[기자수첩]지구정복 쾌감주던 아리랑2호가…

전필수 기자
2006.10.20 13:49

"지구를 정복한 것 같은 쾌감이 든다."

지난 9월26일, 아리랑2호가 찍은 영상을 보고 노무현 대통령이 한 말이다. 당시 아리랑2호는 백두산과 서울뿐 아니라 샌프란시스코 공항, 남아프리카공화국의 키에프타운을 찍은 영상을 공개, 대통령뿐 아니라 온 국민을 설레게 했다. 들에 난 오솔길, 도로 위를 지나는 자동차를 지상 685㎞ 위에서 구분할 수 있는 해상도 1m의 카메라를 장착하고 있다는 설명은 화룡점정이었다.

 

이처럼 최고의 찬사를 듣던 아리랑2호가 불과 20일만에 죄인 취급을 당하며 증인석에 섰다. 지난 16일 과학기술부 국정감사 자리에서다. 여당 소속인 강성종 의원이 2663억원이나 투자한 아리랑 2호가 북핵 위기동안 핵실험 후보지를 촬영하지 않은 이유를 추궁하면서 주무부처인 과기부의 직무유기가 도마에 올랐다. 도로 위의 자동차까지 촬영할 수 있는 인공위성을 왜 국가적 위기상황에 놀렸냐는 게 비판의 골자였다.

 

불과 3주도 되기 전의 과분한 찬사에 대한 부담 때문이었을까. 김우식 부총리를 비롯한 과기부와 항공우주연구원 관계자들은 한결같이 '동문서답'과 '모르쇠'로 일관했다. "왜 찍지 않았느냐"는 추궁에 "9일 핵실험 이후인 11일과 14일 북한 핵실험 추정지를 촬영했다"는 답변을 앵무새처럼 되풀이 했다. 더 이상은 국가 기밀이므로 말해줄 수 없다는 분위기를 비치는 것도 잊지 않았다.

 

이날 국감을 지켜본 언론들이 일제히 '왜 북한을 촬영하지 않았냐"고 추궁하자 과기부는 그제야 "북쪽 지역도 촬영했지만 가로폭이 넓은 북한지역을 모두 촬영하는데는 상당한 시일이 걸린다"고 해명자료를 냈다. 위성상태가 완벽하지 않은 상황에서 얻은 영상은 분석결과에 오차가 발생할 수도 있다고도 했다. 능력이 있는데 촬영을 하지 않은 게 아니라 현실적으로 핵 실험 여부를 단기간에 파악할 수준이 안된다는 해명이다.

 

이 해명으로 과기부는 북핵과 관련한 직무유기 의혹은 벗어날 수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우주강국 코리아'를 외치며 발표했던 수많은 우주관련 성과들에 대한 의심의 눈초리도 함께 얻게 됐다. 당장 '지구정복'이라는 대통령의 수사부터 낯부끄럽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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