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증권선물거래소(KRX) 상임이사 선임을 둘러싼 4개월간의 '낙하산' 논란이 마침내 종지부를 찍게 됐다.
후보추천위원회가 임종빈 감사원 제2사무차장이라는 '제 3의 인물'을 비장의 카드로 내세웠기때문이다.
흐름만 높고 보면 거래소 내부의 반발에 못이긴 청와대가 백기를 든 것 같지만, 상처는 양쪽 모두에게서 감지된다. 어쨌거나 거래소는 낙하산 논쟁의 온상인 다른 국책 금융기관들에 비하면 꽤 의미있는 결과를 거뒀다고 볼 수 있다. 또 다른 낙하산 인사로 거론되던 양천식 수출입은행장은 노조의 반대를 하루만에 뚫고 입성했기 때문이다.
'증시가 멈출 수도 있다'는 경고와, 여러 언론들의 지원사격이 큰 도움을 준 듯하다.
사태의 진행과정을 옆에서 계속 지켜보면서, 이번 거래소 낙하산 논란은 적당한 선에서의 '정치적'타결이라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후보추천위원회'라는 혁신적인 제도를 도입해 놓고, 결과는 어정쩡한 '눈치보기'로 끝나고 마는.
김 모 회계사 내정설이 나돌던 초기, 거래소는 노조원 비노조원 할 것 없이 모두 '전문성이 없다. 정치적 중립성의 훼손된다'며 강경태세로 일관했다.
이어 5급의 감사원 박 모 감사를 내정했다고 알려지자, 거래소 반응은 '감사 급이 아니다', '그만하면 됐다'로 엇갈렸다. 장시간 폭발적인 여론의 관심을 받으면서 부담도 커졌기 때문이다.
이어 세번째로 감사원 사무차장이라는 1급 공무원의 카드를 내밀자 경영진과 노조 모두 쌍수를 들어 환영하는 분위기다.
실제 거래소에서 '될만한 인물'이라고 반기고 있지만, '낙하산'의 의미만 놓고 보면, 5급이 1급으로 바뀌었을 뿐 여전히 낙하산이다.
참여정부도 '비고시·비재경부'출신이라는 명분은 건졌지만, 그토록 주장하던 혁신의지는 찾아보기 어렵다. 제도부터 만들어놓고 이 카드 저 카드 내밀다가 적당한 선에서 타협하는 거래소 인사 시스템은 구태와 다를 바가 무엇인가.
결국 남은 건 '증시가 멈출 수도 있다'는 국민들의 불안과, 닳디 닳은 참여정부의 도덕성 뿐이다.
이미 곳곳에서 '후보추천위원회'라는 제도가 '구멍난 중립성'을 보장한다며 그 허상을 지적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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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 후면 상임감사 임기가 만료된다. 지금의 인사시스템이라면 3년 후에도 올해처럼 '사상 초유의 증시중단'을 걱정해야할 지 모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