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베트남 고해성사

[기자수첩]베트남 고해성사

박준식 기자
2006.11.27 11:18

"언론이 문제에요. '베트남 처녀수출'이라며 무분별하게 쓰니까 일부지역에선 아예 여성들의 한국행 비자신청 자체를 금지했어요. 도대체 왜 그렇게 선정적인 겁니까. 베트남 자존심이 얼마나 상했겠습니까."

지난주 취재차 들른 베트남에서 현지 진출 우리나라 기업인들에게 들은 얘기다. 최근 국내에서 국제 계약결혼에 대한 보도가 '사기성'만 부각된 채 긍정적인 점은 무시되고 있어 현지인을 매일 접하는 주재원으로서 난감하다는 것이다. 국내에서 일방적인 보도가 계속되자 참고 있던 현지정부도 과잉조치를 취하고 말았다는 부연설명이 이어졌다.

솔직히 뜨끔했다. 기사를 쓴 장본인은 아니지만 서른을 한 달 앞둔 노총각으로서 그런 기사를 보고 그쪽 사정은 고려치 않고 총각 입장에서만 공분했던 사실이 생각나서다.

베트남은 문화적으로 우리와 비슷한 점이 많다. 농경생활을 이어온 이들은 옛부터 유교적인 문화의 토대 속에 대가족 중심의 생활을 해왔다. 부모를 공경하고 장유유서를 존중한다.

그런 베트남 여성들이 한국의 어머니가 되기를 희망한다는 얘기다. 벼농사를 하는 베트남 남부지방의 경우 3모작 혹은 4모작이 가능한 곳도 있다. 그들은 우리나라 농촌의 일손 부족을 해결해줄 대안이 되고 있다. 사회적 이슈가 된 농촌 총각들의 결혼문제도 풀어주고 있다. 한국 사회의 부족한 부분을 잘 메워주고 있는 것이다.

물론 개중에 문제점도 있지만 베트남 여성들은 대부분 모범적이다. 대사관의 분석으로는 한국에 온 1만여명의 베트남 여자들 가운데 70~80%가 대체로 안정된 가정을 꾸려가고 있다.

하지만 지방에 내려가면 지금도 여기저기에서 '베트남 처녀 결혼'이라는 현수막을 손쉽게 볼 수 있다.

중국에 이어 새로운 시장과 생산기지로 급부상하고 있는 베트남. 경제교류의 확대에 앞서 그들의 상처입은 자존심을 치유해주려는 노력이 선행돼야 하는게 아닌가하는 생각이다.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