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벤처신화 위의 부동산신화?

[기자수첩]벤처신화 위의 부동산신화?

전필수 기자
2006.11.28 10:47

요즘은 세사람 이상만 모이면 부동산 얘기가 빠지지 않는다고 한다. 자고 나면 오르는 아파트값을 보면 무리도 아니다. 얼마전 참석했던 벤처기업인들의 모임에서도 부동산 얘기가 화제에 올랐다.

 

코스닥 상장 벤처기업의 오너인 A사장이 부러움의 대상이었다. A사장의 집은 강남 역삼동의 150평대 단독주택이다. 지난 2000년 15억원을 주고 산 이 집의 가격은 최근 40억원을 넘었다고 한다. 회사 근처의 좋은 환경을 가진 집을 찾다가 고른 집이었지만 결과적으로 코스닥 상장에 이어 A사장에게 또 다른 대박을 안겨준 셈이다.

 

A사장이 이 집을 산 2000년은 코스닥 거품의 절정이었다. 증시 활황을 틈타 당시 코스닥기업들은 대부분 유상증자를 실시했다. A사장 의 회사도 예외없이 유상증자를 단행했다. 문제는 유상증자용 대금 마련. 천정부지로 치솟은 주가로 장부상 재산은 상당했지만 막상 보유현금은 별로 없던 게 A사장을 비롯한 벤처기업 오너들의 고민이었다.

 

당시 상당수 벤처기업인들은 기존 주식을 담보로 대출을 받아 유상증자 대금을 납입했다. 자고 나면 주가가 오르니 은행빚은 문제될 게 없어 보이던 때였다. A사장과 친했던 B씨도 은행에서 빌려 자기 회사의 유상증자에 참여했다.

 

처음 한두달은 좋았다. 자고나면 몇십억원씩 재산이 불어났다. 하지만 호시절도 잠시,거품이 꺼지며 위기가 닥쳤다. 주가가 급락하자 은행빚이 본격적인 부담이 됐다. 주가방어와 개인 빚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분식회계를 했다. 결국 분식회계로 B씨는 징역형을 살고, 집까지 처분해야 했다.

 

A사장은 돈을 빌려 유상증자에 참여하는 대신 보유주식을 팔아 유상증자 대금을 마련했다. 유상증자 납입금만 채울 정도의 물량을 팔았지만 주가가 급등,납입대금을 내고도 15억원이 남았다. 이 돈이 A사장의 주택마련 자금이 됐다.

 

현재 A사장 회사의 주가는 2000년 최고가의 1/15 수준이다. 집을 안사고 자기 회사 주식을 샀다면 40억원 집은 1억원어치 주식이 돼 있을 뻔 했다. A사장 개인으로서야 기가막힌 선택이었겠지만 '벤처신화' 위의 '부동산 불패' 신화를 보는 듯 해 입맛이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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