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인생은 삼성전자 이후로 오히려 불편해졌다"
삼성전자 주식을 매입했다 손해를 본 투자자의 한숨섞인 말이 아니다. 1990년대초 삼성전자의 주가가 4만원대에 불과할 때 주주가 중심이 되는 주주자본주의를 위해 '소액주주 운동'을 전개한 장하성 고려대학교 경영대학장의 말이다.
한국기업지배구조펀드 일명 장하성 펀드로 2006년 한국 증시 '최고의 스타'로 떠오른 장하성 교수가 14일 증권선물거래소 기자실 기자회견장에 들어서자 80여명 출입기자들의 눈과 귀는 순식간에 그에게로 쏠렸다.
장 교수가 연단에 들어서자마자 여기저기서 카메라 플래시가 터졌다. 노트북으로 속보를 전송하는 기자들의 손놀림도 빨라졌다. 다소 소박한(?) 분위기의 기자회견을 원했던 장 교수는 기자들의 반응에 당황한 듯 "내가 원했던 자리는 이런게 아닌데.."라며 짧게 내뱉었다.
이날 자리는 지난 8월 대한화섬 지분 인수를 시작으로 시장에 등장한지 4개월여만에 태광그룹과의 지배구조 개선 합의를 밝히기 위해 마련됐다.
그는 "삼성전자 소액주주 운동을 할때도 그랬지만 지배구조개선 펀드에 대한 시장의 반응이 이렇게 클줄 몰랐다"고 말했다. 그의 펀드가 매입했다는 공시만 나와도 묻지마 상한가로 치닫고 '장하성 펀드 매입 유력 종목'이라는 메신저 한줄에도 주가가 급등하는 현상에 놀란듯 보였다.
장 교수는 투자자들이 숨겨진 가치를 가진 성장하는 기업에 관심을 가져줄 것을 부탁했다. 그의 논리에 따르면 태광산업 크라운제과 등 장하성 펀드가 매수한 기업은 성장성이 충분한데도 시장의 외면으로 저평가 받아온 것일 뿐이라는 것이다.
장 펀드의 명성에 취한 투자자들의 오판으로 주가가 오른 것인지 아니면 해당 기업들의 잠재력이 뒤늦게 주목받고 있는 것인지 판단하기는 아직 시간이 필요해 보인다. 다만 무명의 헤지펀드 소버린이 한국 최고의 정유기업 SK를 매집해 한국 사회를 흔들었던 것처럼 장하성 펀드도 기업지배구조개선 열풍을 일으키며 한국 증시에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는 점은 분명하다.
이 펀드가 장 교수의 바람처럼 후진적인 기업지배구조 개선에 기여할 것인지, 아니면 일부의 비판처럼 높은 수익률을 올리는 또 하나의 가치주 펀드에 그칠지 지켜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