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BOJ, 결국 무릎꿇다

[기자수첩]BOJ, 결국 무릎꿇다

박성희 기자
2007.01.21 16:10

일본은행(BOJ)이 금리를 동결했다. BOJ는 부진한 소비지출을 이유로 들었지만 '금리동결'을 선택한 BOJ를 바라보는 눈은 그다지 곱지 않다.

불과 며칠 전까지만 해도 시장은 금리인상을 점쳤다. 후쿠이 도시히코 총재는 "투자 과잉을 막기 위해 금리인상은 불가피하다"고 했고, 오미 고지 재무상도 BOJ의 금리인상을 용인하겠다고 밝혔다. 시장이 금리인상을 '사실'로 받아들인 건 당연지사다.

그러나 금융정책회의를 앞두고 정치권에서 금리인상 반대 발언이 쏟아지자 분위기는 급속히 달라졌다.

나카가와 히데나오 자민당 간사장은 BOJ가 금리인상에 나서면 의결연기 청구권을 행사할 것이라고 엄포를 놓았다. 아베 신조 총리는 18일 금리결정 직전까지 "BOJ가 안정적이고 강한 경제성장을 확고히 하려는 정부의 목표와 일치하는 정책을 취할 것으로 본다“며 아예 금리동결을 주문했다.

오는 7월 참의원 선거에서 자민당 패배설이 부상하는 가운데 아베 총리는 금리인상으로 일본경제가 둔화될 것이라는 시그널을 주고 싶지 않았을 게다. '포스트 아베 시대론'까지 나오는 상황에서 금리인상은 정치적 리더십에 타격이 될 게 분명했다.

후쿠이 총재로선 정치권의 압박이 부담스러울 수 밖에 없다. 게다가 그는 지난해 6월 무라카미 펀드 투자 스캔들로 곤욕을 치를 때, 당시 관방장관이었던 아베 총리가 후쿠이 총재를 적극 옹호하고 나서 준 것에 대한 마음의 빚까지 지고 있는 상태였다.

속내야 어찌됐건 금리동결이라는 결과는 BOJ가 정치권에 굴복했다는 비난을 불러 일으켰다. 시장은 일본 국채 가격 급등과 엔화 약세로 답했다. 또 다시 엔 캐리 거래가 활개치고 해외 통화와의 스프레드 차이 및 환율 왜곡 등으로 일본은 물론 글로벌 경제의 불안을 증폭시킬 것이라는 경고도 나오고 있다.

앨런 그린스펀 전(前)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은 선언적 발언을 즐겨했다. 하지만 이를 그대로 이행. FRB의 권위를 확고히 했고 시장의 신뢰도 얻었다. 중앙은행은 독립성과 신뢰가 생명이다. BOJ가 상황에 따라 말을 바꾸며 '공신력 실추 위기'에 놓였다는 평가를 듣지 않기 위해선 객관적인 경제지표를 바탕으로 통화정책을 밀어붙이는 '뚝심'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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