론스타 교훈 불구, 되살아난 '등(等)'의 유혹

론스타 교훈 불구, 되살아난 '등(等)'의 유혹

박재범 기자
2007.03.02 16:10

법조문 중 가장 민감한 '자구'가 바로 '등(等)'이다. 포괄적 개념을 내포하고 있는 만큼 자의적 해석이 가능한 탓이다.

통상 입법 과정에서 '등'의 사용을 자제하고 명확한 표현을 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과거 몇차례 홍역을 치룬 적도 있다.

현재 재판이 진행중인 '외환은행 헐값 매각'이 대표적인 예다. 론스타와 같은 펀드는 원칙적으로 은행 지분을 10% 초과해 인수할 수 없다.

그런데 예외가 있다. 이를 규정한 게 은행법 시행령 8조 2항. '부실금융기관의 정리 등 특별한 사유가 있을 경우'로 적시돼 있다.

금융당국은 외환은행이 부실금융기관은 아니었지만 '등'에 해당된다며 론스타의 인수 자격을 승인해줬다. 이를 둘러싸고 지금까지도 논란이 지속되고 있다.

그런데도 '등'에 대한 유혹을 떨쳐버리기 쉽지 않은 모양이다. 2월 임시국회에서도 '등'은 유령처럼 떠돌고 있다. 급기야 2일 건설교통위원회 전체회의에서는 '주택법 개정안'에 슬쩍 자리를 틀었다.

'분양가 내역공시제'로 개명한 '원가 공개' 적용 대상을 규정하는 조항에서다. 당초 '수도권과 분양가 상승 우려가 있는 지역 가운데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곳'로 돼 있던 규정이 전체회의 의결 과정에서 '수도권 등 분양가 상승 우려가 있는 지역 가운데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곳'으로 바뀌었다.

'수도권+알파'의 개념이 '수도권 일부+알파'로 줄어든 셈이다. 게다가 사실상 적용 대상 기준을 대통령령에 위임한 것이어서 향후 시행령 작업에서도 논란이 적잖을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이춘희 건설교통부차관은 "적용 대상이 좀 줄어들 수도 있지만 정부의 재량권을 많이 인정해 준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2월 임시국회에서 논란을 빚고 있는 '사립학교법 개정안' 협상에서도 '등'을 둘러싼 힘겨루기가 한창이다.

현재 개방형 이사제 조항 중 개방형 이사를 추천할 수 있는 기관으로 '학교운영위원회와 대학평의회'로 규정돼 있다. 반면 한나라당은 종교단체나 동창회 등도 참여할 수 있도록 '학교운영위원회와 대학평의회 등'으로 하자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 정치권 인사는 "통상 불명확하다는 이유로 '등'에 대해 거부감을 보이다가도 두루뭉술한 타협의 산물로 '등'이 등장하는 경우가 적잖다"면서 "유혹을 떨치기 쉽지 않은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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