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목표실적 낮추기

[기자수첩]목표실적 낮추기

김희정 기자
2007.03.09 11:50

"괜히 높게 잡았다가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면 투자자들의 실망이 클테니 사업 목표를 미리 조정하는 거죠. 게임업계에서는 그렇게들 합니다."

모 게임업체 IR 담당자의 설명이다. 최근 이 회사는 올해 매출 전망을 1300억원에서 1000억원으로 대폭 낮췄다. 영업이익 전망은 190억원에서 100억원으로 조정했다. 지난해 5월 공시를 통해 전망했던 영업 목표를 전면 수정해 재공시 한 것이다.

물론 기업의 영업 환경은 수시로 변하고 한 치 앞을 내다보기 힘든 게 사실이다. 하지만 소폭 조정도 아니고 매출의 23%, 영업이익의 47%를 낮추며 기존의 공시 내용을 뒤짚는 상황에서는 궁색한 변명으로 들린다.

이 관계자는 "목표를 높게 잡았다가 달성하지 못하는 것보다는 현실적으로 달성 가능한 수치로 내려잡는 편이 안전하다"며 "실적 전망을 수정하는 것은 게임업계에서는 일종의 관행"이라고 말했다. 투자자들로부터 실적 달성을 하지 못했다는 질타를 피하기 위해 선제방어를 했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동종업계 C사와 N사도 그렇게 해왔기 때문에 문제될 것이 없다고 덧붙였다.

'현실적으로 달성 가능한 수치'로 내려잡았다는 설명은 뒤집어 말하면 기존에 발표한 목표치가 현실적이지 못한 수치였다는 뜻이 된다. 실현 가능성은 뒤로 한 채 일단 공표부터 하고 상황에 따라 말 바꾸기를 반복한다면 그 어느 투자자가 믿고 투자할 수 있을까. 다른 기업들이 하니까 우리도 한다는 식의 접근은 더욱 곤란하다. 업계 전반적인 신뢰가 훼손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지 않아도 게임업계는 '바다이야기'의 후유증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몇몇 업체를 제외하고는 전반적으로 실적이 기대치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이런 때일수록 상황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투자자들의 이해를 구해야 한다. 결국엔 정공법이 꼼수를 이기는 법이다.

일단 뭇매는 피하고 보자는 식으로 실적 목표치를 주물럭거리는 것은 눈 가리고 아웅하기다. 목표를 낮춰 실적을 끼워맞춘들 박수쳐 줄 관객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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