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금융은 돈놀이가 아니다

[기자수첩]금융은 돈놀이가 아니다

서명훈 기자
2007.03.12 10:26

"생명보험회사가 상장하는데 공익기금을 왜 내야 하죠? 카드사가 흑자를 내면 왜 수수료율을 낮추라는지 이유를 모르겠습니다."

 

최근 만난 금융계 고위인사의 말이다. 유독 금융회사에 대해서만 사회적 공헌 요구가 집중되는 데 대한 푸념이다.

은행도 보험이나 카드회사와 상황이 크게 다르지 않다. 지난해 사상 최대 순이익을 올리자 여기저기서 사회공헌 활동을 늘리라는 요구에 직면했다. 심지어 정부의 올해 업무계획에도 사회공헌 확대가 포함돼 있다.

그는 이런 요구들은 시장경제원리에도 어긋난다고도 했다. 이런 사회적 분위기를 수수방관하는 정부 역시 책임이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언뜻 보면 맞는 말이다.

하지만 현실을 보자. 은행들은 최근까지 주택담보대출에 열을 올렸다. 여기에 대출이자도 시중금리에 따라 달라지도록 설계했다. 은행 입장에서는 돈을 갚지 못하면 담보를 처분하면 되고, 금리가 오르더라도 아무 걱정할 필요가 없다. 모든 리스크를 돈을 빌리는 사람이 떠안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금융회사는 담보가 아니라 신용도를 평가해서 대출하고, 이에 따른 리스크는 금융기법을 통해 흡수해야 한다. 이것도 엄연한 시장경제원리다. 개인이 리스크를 희석하기란 불가능에 가깝다. 하지만 금융회사들은 이런 리스크를 모아 다른 형태의 채권으로 얼마든지 발행할 수 있다.

신용카드회사들 역시 무자격자에게 신용카드를 남발했고 사용한도도 무분별하게 운영했다. 물론 사용자의 책임이 가장 크겠지만 무분별한 소비를 부추긴 책임까지 면죄부를 받을 순 없다.

보험사들도 가입자의 소득수준보다 보험료가 지나치게 높은 상품을 권유하거나 가입기간이 긴 상품을 추천하는 일이 다반사였다. 보험사들은 손쉽게 돈을 벌 수 있었다.

금융회사들은 '왜'라고 묻기 전에 금융을 '돈놀이' 쯤으로 생각하고 있지는 않은지 스스로에게 물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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