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KDI의 연금 갈아타기

[기자수첩]KDI의 연금 갈아타기

여한구 기자
2007.06.12 16:38

국책 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이 국민연금에서 사학연금으로 슬그머니 '갈아타기'를 한 사실이 알려져 말들이 많다. 사립학교 교직원이 아닌 KDI 직원들이 사학연금을 선택한 이유는 간단하다. 국민연금보다 미래에 '돈'이 되기 때문이다.

 

사학연금은 퇴직 후 월평균 소득의 76%를 받을 수 있는 반면 국민연금은 현 제도에서 60% 수준밖에 못받는다. 게다가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국민연금법 개정안이 통과되면 지급액은 40%로 감소한다. 당장 소득의 4%(본인부담률 국민연금 4.5%, 사학연금 8.5%)를 더 내야 하는 데도 KDI 직원들이 사학연금을 선택한 배경이다.

이 결정에 법적 문제는 없다. 문제는 KDI가 각종 연구보고서를 통해 국민연금의 재정 고갈을 우려하면서 국민연금의 조기개혁을 외쳐왔다는 점이다. KDI가 사학연금으로 전환한 5월17일은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이 사퇴카드까지 던져놓고 정치권에 국민연금 개정안 처리를 압박하던 때이기도 하다.

더욱이 현재도 정부 지원을 받고 있는 사학연금기금의 고갈 연도는 2026년으로 국민연금기금 고갈이 예상되는 2048년보다 훨씬 빠르다. 다른 점은 사학연금은 부족한 재원을 국민 세금으로 보충하도록 돼 있지만 국민연금은 오로지 국민이 책임져야 한다는 것이다.

KDI가 겉으로는 '대의'를 외치면서 속으로는 '실리'만 추구하는 '꼼수'를 썼다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한 이유다. KDI의 선례를 본받아서인지 몰라도 과학기술연합대학원대학교도 사학연금 전환을 신청하는 등 정부 산하 대학원들도 국민연금에서 탈출하려 한다.

이런 모습을 보는 국민들의 시각은 당연히 싸늘하다. 네티즌들도 눈앞의 이익만 좇는 국책기관의 염량세태(炎凉世態)를 질타하고 나섰다. 은퇴자협회는 "자기 잇속만 차린 엄연한 직무유기"라고 꾸짖었다.왜 '물좋은' 사학연금이 포함된 특수직연금이 꼭 개혁돼야 하는지를 이번 'KDI 파문'이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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