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기금 '수익 조급증' 기업지배 우려

연기금 '수익 조급증' 기업지배 우려

이경숙기자,신영범 인턴기자
2007.06.22 10:09

[연기금자본주의]<하-3>책임투자 필요성

미국의 연기금은 미국 증시의 큰손이다. 대표적인 연기금 캘퍼스는 보유 자산의 40%를 미국 내 상장주식에 투자한다.

하지만, 우리의 국민연금에 해당하는 미국의 사회보장세(Social Security Tax) 기금은 주식 투자를 하지 않는다.

이유는 '국가에 의한 시장 왜곡 위험'. 일부 경제학자들은 "연방정부가 직접 운영하는 자금이 민간기업으로 흘러들 경우 기업에 대한 국가의 입김이 훨씬 강력해 질 수 있다"고 지적한다.

클린턴 행정부 시절, 사회보장세 기금을 주식에 투자하자는 의견이 흘러나온 적이 있다. 이 의견은 정ㆍ재계 인사들의 강한 반발로 흐지부지되었다.

2005년 조지 부시 대통령은 사회보장세의 33%를 개인 계좌로 입금해 세출자의 의사대로 주식 투자를 하자고 제안했다. 이 제안도 민주당의 거센 반발로 무산됐다.

미국의 사회보장세는 한국의 국민연금과 기능이 비슷하다. 두 기금 모두 보험료(세금)을 낸 만큼 받아야 하고, 급여를 소득에 비례해서 준다. 또, 빈곤층은 부유층보다 덜 내고 더 받는 소득 재분배 기능이 있다.

하지만 한국의 민심은 다르다. 국민연금에 주식 투자를 늘려 수익률을 높이라는 여론이 높다. 반면, '더 내고 덜 받자'는 국민연금 법 개정안은 반대여론으로 지금도 국회에 계류되고 있다. 한국의 여론은 연금 보험료를 더 내자는 쪽보다는 주식 투자를 늘려 기대수익을 높이자는 쪽에 가까운 셈이다.

사정은 다른 연기금들도 비슷하다. 실제로 국내 연기금들은 주식 투자를 늘리고 있는 추세다. 저금리 기조에 빠른 고령화가 겹친 탓에 연기금 자산 고갈이 점점 앞당겨지고 있는 탓이다.

올해 국민연금과 사학연금, 공무원연금 등 3대 주요 연기금은 만기 도래분 재투자를 포함해 12조5000억원을 주식에 투자할 예정이다. 이는 지난해보다 5조7000억원가량 늘어난 규모다. 특히 국민연금은 주식투자 한도액을 지난해보다 6조원 가량 많은 11조원으로 증액했다.

이런 상황에서 일각의 우려처럼 정부, 혹은 가입자집단이 기업을 지배하려 드는 일이 일어나지 않으려면 연기금의 지배구조와 운용목표는 더 명확해져야 한다. '수익의 안정성과 지속성' 말이다.

최근 해외 대형연기금들이 기업의 재무성과뿐 아니라 환경ㆍ사회ㆍ지배구조(ESG) 등 비재무성과도 보겠다며 잇따라 '책임투자'를 선언하는 배경이 바로 여기에 있다.

연기금 규모와 주식투자가 늘면서 연기금이 '지속가능한 수익'을 주는 기업, 장수하는 기업을 키워야 하는 상황이 된 것이다.

'2007 SRI 국제 컨퍼런스' 참석차 방한한 기업의 지속가능성평가사 '이노베스트'의 빌 하트네트 이사는 "책임투자는 장기투자자가 수익의 지속성을 높이기 위해 ESG 리스크를 관리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호주 최초로 퇴직연금상품에 사회책임투자(SRI) 기법을 도입한 그는 "연기금엔 수탁자 신임을 지켜 수익의 안정성, 지속성을 높일 의무가 있다"며 "그런 점에서 SRI는 연기금의 공공성 차원이 아니라 수익성 차원에서 논의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업이 오래 살아야 연기금이 오래 남는다. 그런 점에서 연기금의 지속가능운용, 즉 책임투자는 기업의 지속가능경영과 동전의 양면인 셈이다.

연기금, 83개 상장사 5%이상 보유

힘세진 연기금..'No는 No' 목청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