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산서 벌어서 천안서 쓴다" 이중생활

"아산서 벌어서 천안서 쓴다" 이중생활

아산=김진형 기자, 최종일 사진=홍기원
2007.06.26 10:11

[기업도시, 부의도시-2]도로 상수도 등 기반시설 및 소비 공간 취약

아산시는 급속한 발전에 비해 이를 지원하는 기반시설이 아직 미흡하다. 소비, 주거, 교육 등 시민들의 일상과 직결된 기반시설 확보 속도가 기업도시화 진척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 것.

이같은 불편함 때문에 아산시 인구는 꾸준한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지만 여전히 인접한 천안시에 거주하거나 수도권에서 출퇴근하는 인구가 많다. 심지어 아산시 공무원들 중에도 주민등록은 아산에 두고 실제 거주는 천안에 하는 경우가 있다는게 아산시민들의 귀띔이다.

이 때문에 아산시민들은 "아산서 벌어서 천안서 쓴다"고 말한다. 대기업 유치를 통해 대규모 고용을 유발하고 엄청난 세수를 거둬들이고 있지만 외부 유입 인구의 소비는 아산에서 발생하지 않고 있어 자족형 기업도시로 성장하는게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이같은 모습은 아산 시내에서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지난 20일 저녁 아산시내 최대 번화가인 온궁로를 찾았다. 온양온천역 바로 앞에 있는 온궁로는 브랜드 의류점을 비롯해 패스트푸드점, 커피숍, 주점 등이 밀집해 있어 아산에 거주하는 젊은층이 즐겨 찾는 곳이다.

초저녁부터 비가 흩날리기 시작한 탓인지 거리는 한산했다. 9시를 조금 넘긴 시각 온궁로 가운데에 있는 한 호프집에 들렀다. 30여평 크기의 가게에 주인과 종업원만 있었다. 손님은 보이지 않았다.

아산에 산다는 아르바이트생 이모씨는 '손님이 항상 이렇게 없느냐'는 질문에 "주중이라 손님이 거의 없다. 주말에는 사정이 조금 나아지긴 하지만 손님이 붐비는 정도는 아니다"고 말했다.

이씨는 이어 "아산에 사는 젊은 사람들 대부분은 친구들을 만날 때 주로 천안으로 나간다"며 "천안은 아산과 가까운데다 백화점, 영화관 등이 밀집해 있어 놀러 갈 곳이 많다"고 설명했다. 호프집에 머문 2시간 동안 다녀간 손님은 4명에 불과했다.

아산 시내에 있던 온양극장은 지난 2002년 경영난을 이유로 폐업해 아산내에는 개봉관이 하나도 없는 상태다. 버스로 30~40분 걸리는 천안에는 대형 멀티플렉스 영화관 3곳이 성업중이다. 또 아산시내에 유명 대형마트는 한 개 뿐이며 그나마 지난해 말에서야 개점했다.

삼성전자 탕정사업장 관계자는 "아산이 낙후된 지역은 아니지만 영화관, 쇼핑센터 등 젊은층이 선호하는 문화시설이 거의 없다"며 "이 때문에 4000~5000명에 달하는 현재 생산라인 인력은 주말에 대부분 천안으로 나가 시간을 보낸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탕정사업장에서 천안으로 이동하는 직원들이 많아 아산시 택시와 계약을 맺고, 삼성콜택시를 운영하고 있다. 아산시에서 운행하는 택시 700여대 중 120대가량이 삼성콜택시다.

아산 시내의 한 택시 기사는 "삼성콜택시는 주로 탕정 단지에서 온양 시내로 가기보다는 주로 천안을 오고 간다"며 "특히 근무 후 천안 집으로 퇴근하거나 기숙사에서 천안으로 놀러나갈 때 삼성콜택시를 많이 이용한다"고 밝혔다.

자녀교육도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수도권에서 초중학교에 다니는 자녀를 두고 있는 가정의 경우 교육문제로 인해 '기러기 아빠'를 자처하거나 학군이 좋다는 이유로 천안에 터전을 마련하는 경우가 많다.

현대차 아산공장에서 10년째 근무하고 있는 정지순 반장은 "자녀가 있는 직원들의 경우 교육문제가 가장 큰 애로고 또 아산이 전반적으로 낙후되다보니 천안에서 사는 걸 선호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저렴하게 이용할 수 있는 기숙사에서 생활하려는 미혼 직장인도 많지 않다"고 덧붙였다.

삼성전자는 이런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5만8000평 부지에 지상 32∼39층 아파트 20개동을 사업장 내에 짓고 있다. 삼성전자 임직원을 상대로 한 이 아파트에는 2009년까지 3700여 가구가 입주한다. 또 단지 내에는 충청남도 최초의 외국어고등학교가 들어설 예정이다.

상수도 도로 등 기반시설 확충도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첨단 산업도시와 걸맞지 않게 낙후된 시설이 많다는 것. 실제로 현대차 아산공장의 경우 96년말 공장 가동 이후에도 상수도가 들어오지 않아 인근 저수지에서 물을 끌어다 써야 했을 정도다.

특히 대형 화물트럭이 수시로 드나들고 있지만 공장 진입도로는 아직도 왕복 2차선인 상태다. 현대차 관계자는 "매년 7만명이 아산공장에 견학차 방문하는데 공장 진입도로가 2차선인 것을 보고 놀라기도 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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