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영원한 핑곗거리 '다른 부처'

[기자수첩]영원한 핑곗거리 '다른 부처'

이상배 기자
2007.08.03 09:14

"실질적인 '반값 골프장' 만들려면 골프장 재산세율부터 내려야 하는데, 그게 되겠어요? 재산세는 지방세여서. 지방자치단체와 행정자치부가 반대할 텐데요"

지난달 30일 정부가 발표한 '반값 골프장' 구상에 대해 한 재정경제부 관계자가 한 말이다.

대다수 골퍼가 이용하는 회원제 골프장에는 재산세가 4%로 중과세되고 있다. 일반 재산세율(0.2%)의 20배다. 비싼 한국 골프장 이용료(그린피)의 주된 요인이다.

골프장의 비용 가운데 재산세가 큰 부분을 차지함을 정부도 안다. 재경부 관계자는 "골프장이란게 땅 밖에 없는데, 재산세가 가장 큰 부담 아니겠냐"고 했다.

하지만 정작 '반값 골프장' 구상을 주도한 재경부마저 골프장 재산세 인하에는 의지가 없다. 한 재경부 고위 관계자는 골프장 재산세에 대해 "무겁긴 무겁다"면서도 "행자부에서 결정할 일"이라고 했다. 문제를 알지만, 나서진 못하겠다는 얘기다.

물론 재산세는 국세가 아닌 지방세다. 이를 깎자는데 지자체와 행자부가 달가워할리 없다. 실제로 행자부는 시큰둥한 반응이다. 행자부 관계자는 "세금이라는게 누구나 깎아달라고 하는 것 아니냐"고 했다.

재경부 입장에서는 또 한번 좋은 핑곗거리가 생긴 셈이다. "우리는 하고 싶은데, 다른 부처가 반대한다"는 식이다.

사정이 이러면서도 재경부는 지난달 30일 "골프장에 대해 보유세 등 추가적인 세제감면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발표했다.

계획만 발표해 놓고 실행에 대해서는 "행자부가 반대한다"며 발뺌하는 재경부의 모습은 이번 뿐이 아니다. 재경부는 지난해 12월 "사업용 부동산 거래세(4%)를 인하하겠다"고 발표했지만, 이후로는 깜깜 무소식이다. 이유를 물으면 답은 마찬가지로 "행자부가···"였다.

이밖에도 법무부, 건설교통부, 보건복지부, 환경부 등은 재경부의 단골 핑곗거리다.

반드시 필요한 정책이고, 국민 앞에 추진하겠다고 약속까지 한 사안이라면 핑계만 댈게 아니라 끝까지 노력해 볼 일이다.

골프장 재산세나 사업용 부동산 거래세의 경우 지방세수가 문제라면 교부세를 늘려서라도 해결할 수 있다. 한 정부 관계자는 "어떤 부처든 주지는 않고, 받으려고만 하면 되는 일이 뭐가 있겠느냐"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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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배 기자

머니투데이 정치부장입니다. △2002년 서울대 경제학부 졸업 △2011년 미국 컬럼비아대 경영대학원(MBA) 졸업 △2002년 머니투데이 입사 △청와대, 국회, 검찰 및 법원, 기재부, 산자부, 공정위, 대기업, 거래소 및 증권사, IT 업계 등 출입 △2019∼2020년 뉴욕특파원 △2021∼2022년 경제부장 △2023년∼ 정치부장 △저서: '리더의 자격'(북투데이), '앞으로 5년, 결정적 미래'(비즈니스북스·공저)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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