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정직은 가장 경제적인 삶의 양식"

변양균 청와대 정책실장도 한 때는 소문난 골초였다. 지금은 담배를 끊은지 20년이 넘었지만.
평소 자기절제에 철저했던 그답게 담배를 끊는 방법도 유별났다. 담배는 커녕 아예 담배갑에도 손을 안 대기로 스스로 '약속'을 했다고 한다.
그래서 생긴 일화도 있다. 10여년전 변 실장이 당시 경제기획원 장관과 함께 호텔에서 비밀회의를 하던 중이었다. 담배를 찾는 장관을 위해 변 실장이 담배 심부름을 하게 됐다.
당시에는 담배를 사온 뒤 갑을 뜯어서 한 개비를 빼 드리는게 장관에 대한 관례였다. 그런데 변 실장은 이미 담배갑에도 손을 안 대겠다고 다짐한 터였다. 고민 끝에 그는 담배가 든 검은 봉지를 통째로 장관에게 건네줬다고 한다. 장관이 어처구니 없어 했음은 물론이다.
그 정도로 '자신과의 약속'에 철저했던 변 실장이 추문에 휩싸였다. 그것도 '학력위조' 파문의 주인공 신정아씨와의 사이에서다. 두 사람이 깊은 관계였음을 보여주는 증거가 속속 확보되고 있다. 변 실장이 신씨를 비호하기 위해 장윤 스님과 통화했음도 사실로 드러났다. 외압 논란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신분임에도 그랬다.
"종이 한장 안 들어갈 것 같다"는 소리를 들을 정도의 '완벽주의자'였던 변 실장도 후배임을 자처하는 여성 미대 교수의 유혹 만큼은 이기지 못했나 보다. 한 때 화가를 꿈꿨을 정도의 미술 애호가였기에 그랬을지도 모른다.
어쨌든 '소신파' 공무원들이 대개 그렇듯 변 실장도 신변은 깨끗할 것이라고 생각했던 주변 사람들에겐 충격이 아닐 수 없다. 백번 양보해서 인간이기에 실수할 수 있다고손 치더라도, 변 실장이 비난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이유가 한 가지는 남는다.
바로 거짓말이다. 평소 "아예 말을 안 하는 한이 있어도, 절대 거짓말은 안 한다는게 나 스스로와의 약속"이라고 입버릇처럼 말해왔던 변 실장이다.
한 공무원은 "논란이 처음 불거졌을 때 솔직하게 사실을 털어놓고 이해를 구했다면 이처럼 불명예스럽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했다. 물론 쉽지 않았겠지만, 처음부터 솔직하게 털어놓는게 가장 '현명한 선택'이었을 것이라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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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정운찬 서울대 교수가 펴낸 '가슴으로 생각하라'는 책의 글귀가 오버랩된다. "거짓은 또 다른 거짓을 낳는다. 그래서 정직은 가장 경제적인 삶의 양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