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제는 개성이다. 고려 500년의 역사와 문화가 숨 쉬는 개성을 체험할 수 있는 길이 마침내 열렸다.
정몽주의 혈흔이 남아 참대가 솟았다는 선죽교, 천여 점의 고려유물을 소장하고 있는 고려박물관, 황진이 서경덕과 함께 송도삼절의 하나인 박연폭포, 고려의 시조 왕건의 왕릉, 고려시대 왕릉 중 가장 빼어나 북측이 자랑으로 삼는 공민왕릉, 천태종의 시조 대각국사 의천이 창건했다는 영통사...지척에 두고도 너무나 멀게만 느껴졌던 고려의 도읍이 손에 닿을 듯 가까이 다가오고 있다.
1998년 금강산 관광선이 첫 출항을 한지 만 9년 만에 시작될 개성관광은 금강산관광과 서로 닮기도 했지만 또 다르기도 하다.
관광을 통해 서로에 대한 이해를 높여 남북이 화해화합의 길로 가는 이정표가 되고, 또 경제사업을 통해 남북이 함께 잘 살 수 있는 방법을 찾고자 하는 점에서 금강산이나 개성이나 다름이 없다. 이는 故 정주영, 정몽헌 회장이 남북경협사업에 그토록 애착을 가졌던 이유이기도 하다.
하지만 바쁜 일상을 사는 사람들에게 강원도를 거쳐 금강산에 다녀오는 길이 다소 멀게 느껴진다면, 개성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가깝다. 서울에서 개성까지 넉넉잡아 1시간 반 남짓, 개성 시내에서 열두 첩 반상차림으로 점심을 먹고 유적과 명승지를 찬찬히 둘러보아도 석양을 보며 서울로 돌아올 수 있을 만큼 여유롭다.
또한 금강산이 관광과 휴양의 장소라면, 개성은 배움과 체험의 장소다. 전문가들은 개성지구 문화유적이 세계 문화유산으로 등재될 만한 역사적 가치가 있다고 평가하고 있다. 그 어느 시기보다 문화적으로 풍요롭고 백성들의 자부심이 강했다는 고려를 유물과 유적을 통해 간접적으로 체험해 볼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개성에는 과거의 명성만 있는 것이 아니다. 우리 민족의 현재와 미래가 함께 공존하는 곳이 또한 개성이다. 개성으로 들어가는 길목에서 관광객들을 맞게 될 개성공업지구는 과연 남북경제협력사업의 메카라 부르기에 망설임이 없다. 수도 개성을 국제적인 상업도시로 만들었던 개성상인의 혼과 열정이 개성공단에 고스란히 배어있다. 1단계 330만 평방미터의 분양을 성공적으로 마치고 현재 2만여 명의 남북 근로자가 함께 생산 활동에 전념하고 있는 개성공단, 그곳에서 만들고 있는 것은 단순한 제품이 아니라 바로 남북 경제의 활로이다. 남북경협의 현재와 남북 공동번영의 미래가 그렇게 함께 어울려 있는 곳이 개성이다.
새로운 무엇인가를 시작하는 일은 즐겁고 설레는 일이기도 하지만, 어렵고 힘든 일이기도 하다. 하물며 지난 반세기 동안 갈라 살아온 남북이 함께 새로운 길을 열어가는 것은 두배, 세배의 정성과 노력이 필요한 일이다. 9년 전 금강산관광이 시작될 때도 그랬고, 2003년 육로관광, 그리고 금년 6월부터 내금강 관광길이 열릴 때도 그랬다. 개성공업지구 건설 사업도 마찬가지다. 개성관광 역시 남북의 신뢰와 협력이 없었다면 아직도 그저 요원한 희망으로만 남아 있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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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4일 남북 정상선언 이후 남북의 화해와 화합을 향한 열기가 그 어느 때보다 뜨겁다. 민족의 상생과 공동번영이라는 큰 목표는 때로는 너무 멀고 높아 보이지만, 실은 꼭 그렇지만도 않다. 남북경협은 우리 생활의 일부가 되어 있다고 해도 좋을 정도로 익숙해져 있고, 남북이 마음을 열고 힘을 모으면 기대 이상의 성과를 낼 수 있다는 것을 깨닫고 있다. 이미 우리는 상생과 공동번영이라는 목표를 향해 함께 가고 있는 것이다.
우리는 길을 여는 사람들이다. 금강산으로, 개성으로 그리고 내년에는 민족의 성산 백두산으로 가는 길을 열어갈 것이다. 하지만 길을 여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마음을 여는 것이다. 마음을 여는 것은 그 길을 걷는 사람들의 몫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