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면칼럼]대선후보가 변호사만 아니라면

[박종면칼럼]대선후보가 변호사만 아니라면

박종면 기자
2007.12.17 12:10

상대방을 설득하고도 남을 정연한 논리의 책을 고전에서 찾는다면 그건 아마 '맹자'일 겁니다. 요즘 같으면 논술 수험생들의 필독서가 됐겠지요.

 

'맹자'에는 화살 만드는 사람과 갑옷 만드는 사람 얘기가 나오고, 무당과 관을 만드는 사람의 비유를 들어 직업 선택의 중요성을 말하는 대목이 있습니다.

 

"화살 만드는 사람이라고 해서 어찌 갑옷 만드는 사람보다 어질지 않다고 할 수 있겠느냐마는 화살 만드는 사람은 자기가 만든 화살이 사람을 상하게 하지 못할까봐 걱정하고, 갑옷 만드는 사람은 자기가 만든 갑옷이 화살에 뚫려서 사람이 다칠까봐 걱정한다.

무당과 장인도 마찬가지다. 병을 고치는 무당은 사람의 병이 낫지 않을까 걱정하고, 관을 만드는 장인은 사람이 죽지 않아서 관을 팔지 못할까봐 걱정한다. 그러므로 기술과 직업의 선택에 신중하지 않으면 안된다."

 

직업의 귀천을 말하는 게 아니라는 전제를 단다면 사람이 무슨 일을 하는지는 매우 중요합니다. 요즘 새로 보게 된 직업은 변호사입니다. 대선이 임박했지만 대통령 후보들 보다 더 주목받고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는 직업이기도 합니다.

 

최근 자주 거명되는 변호사들 가운데는 우선 삼성 비자금 사건과 관련해 폭로의 주역인 김용철 변호사를 비롯, 조연인 이용철 전 청와대 비서관, 그에게 택배로 500만원을 보낸 이경훈 전 삼성전자 상무, 비자금 폭로 사건에 대한 책임을 진다며 변호사직까지 반납하고 떠난 이종왕 전 삼성 법무실장 등이 있습니다. 대선정국의 핵 BBK 사건의 주역 김경준씨의 누나 에리카 김도 직업이 변호사지요.

 

변호사법 1조에서는 '기본적 인권을 옹호하고 사회정의를 실현함을 사명으로 한다'고 강조합니다. 또 변호사는 공공성을 지닌 독립된 법률 전문직으로서 진실의 의무와 비밀 유지의 의무 등을 지켜야 한다고 말합니다.

 

앞서 거명한 변호사들은 자신들의 행동이 인권 옹호와 사회 정의의 실천을 위한 것이라고 강조합니다.

 

이들의 주장에 한편으론 공감하고 동의합니다. 특히 진실을 폭로하는 쪽에 서 있는 것으로 분류되는 3명의 변호사는 많은 사람으로부터 정의와 진실의 수호자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이들은 나중에 세계적으로 권위 있는 인권상이나 정의실현상을 받을지도 모릅니다.

 

그렇지만 한편에선 이들에게서 사기와 음모의 냄새가 나는 것도 부인하기 어렵습니다. 더욱이 이들의 행동이 진정성과 거리가 멀다는 생각이 듭니다. 일부에게는 사회 정의를 말하기 전에 먼저 사람이 돼라는 말을 전하고 싶습니다.

 

삼성 법무실장을 지낸 변호사의 경우 스스로에 대한 엄격함과 무한 책임론에 고개가 숙여지지만 월급쟁이의 상식으로는 이해되지 않는 측면도 있습니다. 조직이 진정 자신을 필요로 할 때, 조직이 위기에 처했을 때 궂은 일을 하지 않겠다고 떠난다면 그건 도리가 아니지요.

 

또 한 사람의 변호사도 그렇습니다. 명절 떡값을 전달하는 일을 맡아 그걸 택배로 했다면 무책임의 극치라고 해야겠지요. 변호사라는 직업은 조직 구성원으로서는 정말 아니라는 생각이 듭니다. 요즘 변호사라는 직업을 다시 보고 있습니다.

 

일부에선 찍을 사람이 없다고 하지만 이런 점에서 이틀 앞으로 다가온 대선에서 지지율 1, 2위를 달리는 후보가 모두 변호사 출신이 아니라는 점이 다행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다음 대통령은 변호사 출신이 아닌 것 만으로 일단 안도해도 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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