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수위ㆍ통일부, 대북정책 근본 시각차 드러낼 듯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정부부처를 12~15개로 대폭 축소시키겠다고 밝힌 가운데, 외교부와의 통합 논란에 휩싸인 통일부가 조직을 계속 유지할 수 있을 지 관심이 모이고 있다.
인수위는 7일 통일부로부터 △참여정부 대북정책 평가 △새정부 공약 실천계획 △통일부 기능조정 방안 등의 내용이 담긴 업무보고를 받고 향후 대북정책의 방향에 대해 논의한다.
◇ 인수위, 참여정부 남북합의 계승할까 = 통일부의 경우 타 부처와는 달리 지난 5년(10년) 정책 평가에서 비교적 부담이 덜할 것으로 보인다. 남북정상회담 성사 등 자타가 공인하는 남북관계 개선 성과가 즐비하기 때문.
그러나 마냥 안심하고 있기도 부담스럽다. '일방적 대북 퍼주기' 지적이 반드시 나올 것이기 때문이다.
진수희 인수위 정무분과 간사는 지난 5일 국가정보원 업무보고에서 "정권의 일방적인 대북정책에 끌려다닌 점은 되짚어보고 반성해야 될 부분"이라고 지적, 새정부 대북정책이 크게 바뀔 것임을 예고했다.
외교통상부 업무보고에서도 인수위원들은 "코드외교의 덫에 빠졌다"며 지난 10년의 대북정책을 부정한 바 있다.
다만 남북 화해 분위기가 그 어느 때보다 고조돼 있고, 남북정상간 합의사항 이행이 한창 진행 중인 만큼 현 정부 대북정책을 100% 부정하기는 어려울 것이란 시각도 많다.
남북이 지난해 10월 정상회담에서 합의한 9개항 가운데 종전선언, 서해평화지대, 경협지원 등 몇몇 민감한 사안들을 제외하고는 모두 이론의 여지가 없는 원칙론들이어서 정권이 교체됐다 하더라도 큰 틀에서의 합의사항 계승은 불가피하다는 시각이다.
◇ 통일부 살아남을까 = 대북정책과 관련해 또 하나의 하이라이트는 통일부의 존립 여부. 인수위가 외교통상부와의 통합을 적극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져 통일부 또한 이번 업무보고에서 조직 지속의 당위성 논리들을 총동원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 관련, 통일부 한 관계자는 "결혼을 하려면 전세가 됐든, 월세가 됐든 집은 있어야 하는 것 아니냐"며 통일부 존속 이유를 강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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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적으로 외교부는 북한의 카운터파트가 될 수 없다는 논리도 편다. 북측은 통일문제의 경우 민족내부의 일이라며 외무성 관계자들을 남북회담에 참석시키지 않는다는 원칙을 갖고 있다.
이와 함께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대통령의 통일노력을 헌법에 명문화시켜 놓은 것도 통일부가 기대고 있는 언덕이다.
헌법은 국가기관 중 유일하게 대통령의 취임선서문을 제 69조에 명시하고 있다.
'나는 헌법을 준수하고 국가를 보위하며 조국의 평화적 통일과 국민의 자유와 복리의 증진 및 민족문화의 창달에 노력하여 대통령으로서의 직책을 성실히 수행할 것을 국민 앞에 엄숙히 선서합니다'
한편, 인수위가 몇몇 부처의 통폐합을 최종 결정되더라도 향후 국회 논의 과정에서 되살아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국회 한 관계자는 "지금은 인수위가 결정하면 그대로 현실화될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 일이 그렇게 진행되지는 않는다"며 "5년 전, 10년 전에도 정부 조직개편이 있었지만 국회 처리 과정에서 최종 되살아난 부처들이 꽤 있었다"고 설명했다.
◇ 인수위, '우향우' 요구할까 = 이번 업무보고에서 인수위가 구체적으로 통일부에 어떤 정책 변화를 요구할 지도 관심거리다.
이명박 당선인의 대북정책 핵심공약은 '비핵ㆍ개방ㆍ3000 구상'. 북한이 핵을 포기하고 개혁, 개방에 나선다는 전제 하에 1인당 국민소득이 3000달러가 되도록 적극 돕겠다는 내용이다.
구체적으로는 △300만불 이상 수출기업 100개 육성(북한지역 내 5대 자유무역지대 설치) △30만 산업인력 양성(북한 주요도시 10곳에 기술교육센터 설립) △400km 신 경의고속도로 건설(대운하와 연계) 등을 제공하겠다고 공약한 바 있다.
그러나 공약의 방점이 '3000달러'보다는 '핵 포기, 개혁개방'이라는 전제조건에 찍혀 있어 자존심 강한 북한이 체제를 포기하지 않는 한, 이를 받아들일 가능성은 거의 없다.
새정부 공약 실천계획을 보고해야 하는 통일부의 고민도 여기에 있다. 북핵 문제의 경우 이미 남북의 손을 떠나 '6자 회담'으로 공이 넘어간 만큼 통일부 단독의 정책 수립이 별로 의미없는 상황이다.
통일부 한 관계자는 "북핵문제의 경우 6자회담 방향에 따라 요동칠 수밖에 없다"며 "인수위에서도 이런 부분이 잘 설명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