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호-오세정, 투톱의 의미는?

이주호-오세정, 투톱의 의미는?

최중혁 기자
2008.02.11 12:58

교육부 군살 빼고 과학기술 강조 부각...'이중효과'

“교육부 수장을 과학계 인사가 맞는 것도 괜찮을 것이다.”

신설될 교육과학부 장관을 누가 맡을 지에 대한 대통령직인수위원회 한 인사의 말이다. 아니나 다를까 초대 교육과학부 수장으로 오세정 서울대 물리천문학부 교수(서울대 자연과학대학 학장)가 내정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지난 10일 이주호 한나라당 의원(인수위 사회교육문화분과 간사)이 청와대 교육과학문화수석으로 내정됐으니, 이명박 정부의 교육정책은 ‘이주호-오세정’ 투톱 체제로 운영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오세정, 천재형 과학자...‘교육+과학’ 강점=오 교수는 천재 소리를 듣는 물리학자다. 경기중-경기고-서울대를 모두 수석입학, 수석졸업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초등학교 시절 슈바이처 박사의 전기를 감명 깊게 읽고 과학자를 꿈꿨고, 1975년 서울대 물리학과를 졸업한 뒤에는 세계적인 물리학자가 되겠다는 뜻을 품고 미국 스탠퍼드대학에서 석ㆍ박사를 받았다.

유학시절에는 25명 동기 중 유일한 외국 학생이었고, 미국과학재단(NSF)에서 장학금을 받고 입학한 9명의 친구들을 제치고 논문자격시험에서도 수석을 차지하기도 했다. 이후 고체물리를 전공, ‘띠 이론(band theory)’으로 설명되지 않는 신물질을 설명하는 새로운 물리 모델을 제시했고, 귀국 후에도 전 세계가 주목하는 논문을 다수 발표했다.

오 교수는 지난 1998년 구리, 망간 등 이른바 ‘무거운 3가 전이원소’의 전자구조를 규명한 논문으로 한국과학상(물리부문)을 수상했고, 이 논문을 미국 물리학회에 제출했다 퇴짜를 맞는 경험을 겪기도 했다. 한국 과학자에 대한 국제학계의 홀대였다. 그러나 오 교수는 심사위원이 물리학의 최신 흐름을 모른다고 이의를 제기, 결국 심사위원이 바뀌면서 논문을 통과시켰다.

2003년에는 그 동안의 공로를 인정받아 ‘올해의 과학기술인’에 선정됐고, 이 시기를 전후해 이공계의 역할과 비전 등에 대한 칼럼을 자주 쓰며 국가과학정책, 과학교육 등에도 관여했다. 지난 2002년 대선에서 이회창 후보의 교육분야 공약입안에 참여, 특히 대학교육 정책을 가다듬었고, 이명박 정부에서도 인수위 국가경쟁력강화특위 자문위원을 맡아 ‘교육’과 ‘과학’ 두 분야 정책 입안에 아이디어를 제공 중이다.

◇이주호, 새 정부 교육정책의 ‘구심점’=청와대 교육과학문화수석 내정자인 이주호 의원은 한나라당의 대표적인 ‘교육통’이다. 한나라당에서 교육 분야를 총괄하는 제5정책조정위원장을 3년간 세 번이나 유임하는 등 교육전문가로서 인정을 받았고, 한국개발연구원(KDI) 교수 시절에는 교육개혁연구소장을 지내기도 했다.

17대 총선에서 비례대표로 원내에 입성한 이 의원은 국회 교육위원회 간사를 줄곧 역임했고, 대선 기간에는 뜻이 맞는 100여명의 학자들을 규합, 이명박 당선인의 교육공약 골격을 완성했다. '관치에서 자율로' 교육정책의 방향을 틀어야 한다는 신념을 갖고 있으며, 이런 기본방향에 따라 △고교다양화 300 프로젝트 △대입 3단계 자율화 △영어 공교육 완성 프로젝트 등을 제시해 찬반 논란의 중심에 섰다.

대구에서 초ㆍ중ㆍ고등학교를 다녔고, 서울대 국제경제학 학ㆍ석사, 미국 코넬대 경제학 박사를 거쳐 한국개발연구원(KDI)에서 연구원 생활을 시작했다. 경제학을 전공했지만 인적자원개발에 관심이 많아 관련 논문을 다수 발표했고, 연구원 시절에는 다수의 학자들과 '평준화 정책이 학업 성취를 저해한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냈다가 교육과정평가원으로부터 '불법 자료 유출' 혐의로 고소를 당하기도 했다.

이 의원은 올 4월 총선에서 대구 중남구 출마를 희망했지만 이 당선인의 요청에 따라 청와대 입성으로 방향을 틀었다. 청와대에서는 '자율, 다양, 분권'의 교육철학에 따라 지난 10년간 공고해진 3불정책(본고사, 고교등급제, 기여입학제)을 깨고, 교육부 개혁에 앞장 설 것으로 예상된다. 교육부의 대입 관리권한을 대학협의체와 지자체로 이양하고, 교육부와 과기부를 통합하는 것도 그의 아이디어다.

◇"교육부 힘 빼는 데는 과학자 장관이 적합"= 정부조직개편에 따라 신설될 교육과학부 수장으로 과학자가 선정된다면 이는 교육부 '힘 빼기'와 깊은 연관이 있다고 볼 수 있다.

인수위 한 관계자는 "교육부와 과기부가 통합되면 조직 군살빼기 과정이 자연스럽게 진행될 것"이라며 "특히 교육부 권한이 대폭 축소될 것이므로 상대적으로 교육부가 군살을 많이 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주호 의원이 교육정책 전반을 총괄할 것인 만큼 교육부 구조조정을 성공적으로 이끌고 새 정부가 과학기술 분야를 홀대하지 않는다는 의지를 나타내는 데에는 과학분야 인사가 적합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어차피 교육부와 과기부 중 한 곳밖에 아우르지 못한다면 '관치의 화신'으로 단계적 철폐까지 검토됐던 교육부를 챙기기보다는 과학기술부를 챙기는 게 훨씬 이명박 정부의 철학에 맞다고 판단한 듯하다.

이명박 정부는 입시정책을 둘러싼 정부와 대학간 끊이지 않는 갈등이 대학 경쟁력을 저하시킨다며 교육부의 대입관리 권한을 빼앗기로 하는 등 '관치철폐'를 수도 없이 강조한 바 있다.

이 같은 관치철폐 과정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하기 위해서는 '이주호-오세정' 투톱의 호흡이 중요할 수밖에 없다. 이명박 정부는 교육정책에 있어 작은 변화가 아닌, 혁명에 가까운 큰 변화를 추구하고 있기 때문에 청와대와 교육과학부가 어떻게 호흡을 맞추느냐에 따라 새 정부 교육정책의 성패가 갈릴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인수위 다른 관계자는 "이주호 의원의 경우 청와대에서 교육뿐만 아니라 과학과 문화 쪽도 챙겨야 한다"며 "과학계 인사를 장관으로 낙점한 것은 역할 분담 의미도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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