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는 개구멍으로, 사람은 사람문으로

개는 개구멍으로, 사람은 사람문으로

양병무 인간개발연구원장
2008.04.14 12:51

[행복한 논어이야기]구이경지(久而敬之)

우리나라는 북한 핵, 독도, 고구려 역사 문제 등 외교를 떠나서는 생각할 수 없는 과제들이 즐비하다. 이런 때 중국 춘추전국시대 제나라의 명재상인 안평중(晏平仲)과 같은 외교관이 있으면 좋겠다는 희망을 피력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안평중은 제나라에서 3대에 걸쳐 왕을 모신 명신으로 이름을 날렸다. 안평중의 이름은 안영이고 존경하는 의미에서 안자라고 부르기도 한다. 공자와는 악연이라면 악연일 수 있는데, 공자가 제나라에서 재상으로 등용되는 것을 막은 장본인이기도 하다.

그 이유야 분명하지 않지만 공자는 안평중의 반대로 제나라에서 정치적인 뜻을 펼 수가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자가 안평중의 인물됨을 평가한 것을 보면 놀라지 않을 수 없다.

"안평중선여인교(晏平仲善與人交) 구이경지(久而敬之) : 안평중은 다른 사람과 교제를 잘 하였는데 오래되면 다른 사람들이 그를 공경했다."

사람이란 오래 사귀면 장점보다는 단점이 보이기 때문에 공경하기가 쉽지 않다. 그런데 공자는 자신의 등용을 반대한 인물에 대해 관대한 평가를 하고 있으니, 공자의 인격과 포용력을 가늠할 수 있다. 도대체 안평중은 어떤 강점이 있었기에 공자로부터 칭찬을 받고 시간이 지날수록 남들한테 존경을 받을 수 있었을까.

안평중의 인품과 관련해서는 많은 이야기들이 전해 내려오고 있는데 초나라의 사신으로 갔을 때 생긴 두 가지 일화만 살펴보자. 당시의 초나라는 초강대국이어서 약소 국가들이 잘 보이기 위해 앞다투어 사신을 파견했다. 제나라에서도 초나라에 사신으로 안평중을 보냈다.

초나라의 영왕은 이미 안평중의 명성을 들었던 터라 그에게 모욕을 주겠다는 생각을 갖고 신하들에게 키가 5척도 안 되는 그를 골탕먹일 계책을 짜 보라고 지시했다. 왕은 사람을 보내 성문 옆에 5척이 될까 말까한 구멍을 뚫도록 한 후 안평중이 오면 성문을 열어주지 말라고 명령했다.

안평중이 성문에 이르자 문지기가 문을 열어주지 않으면서 이렇게 말했다. "제나라 대부는 저기에 뚫어놓은 구멍으로 들어오십시오. 그런 조그만 몸으로는 들어오고도 남을 터이니 구태여 커다란 성문을 열 필요까지는 없을 것입니다."

이에 대해 안평중이 당당하게 대답한다. "저것은 개구멍이지 사람이 출입할 곳은 못된다. 개나라에 왔다면 그야 개구멍으로 들어가야 하지만 사람나라에 왔다면 사람이 드나드는 문으로 들어가야 하지 않겠느냐."

안평중의 번쩍이는 지혜에 기세가 꺾인 왕은 은근히 부화가 끓어올랐다. 복수할 기회를 찾고 있다가 마침 그 앞으로 포리(捕吏)가 도적질을 한 제나라 사람인 죄인을 끌고 가자 안평중에게 들으라고 큰소리로 물었다. "제나라 사람은 다 도적질하는 버릇이 있는가?"

"제가 듣기로는 귤이 회남(淮南)에서 나면 귤이 되지만, 회북(淮北)에서 나면 탱자가 된다고 들었습니다." 제나라 사람들은 도적질을 모른다. 그런데 초나라에 와서는 도적직을 하게 되었으니 이는 토질이 다르기 때문이라는 뜻으로 안평중이 대답했다. 여기서 그 유명한 남귤북지(南橘北枳)라는 고사성어가 생겨났다.

초나라의 왕은 안평중의 인격과 지혜에 감탄하여 더 이상 시험을 하지 않고 극진히 사신으로서 대우했다고 한다. 외교의 진수를 보여주는 사례로서 자주 인용되는 예화이다. 안평중이 상대방이 누구든 넓은 마음과 예의를 중시하였기에 곤란을 극복할 수 있었고 상대방으로부터 존경을 받을 수 있었다. 가까이 할수록 존경받는 구이경지(久而敬之)의 비결을 안평중이 우리에게 보여주고 있다.

대인관계의 왕도 역시 구이경지(久而敬之)를 실천하는 것이다. 대인관계가 폭넓은 사람을 마당발이라고 하는데, 그 마당발이 구이경지(久而敬之)와 연계되어 있지 않으면 무슨 의미가 있을까. '100m 미인'이란 말도 있다.

"사귀면 사귈수록 진국이야, 그야말로 구이경지(久而敬之)의 인물이지"라는 평가를 받을 수 있는지 자신의 대인관계를 안평중이 가르쳐 준 구이경지(久而敬之)의 거울에 비추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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