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구조조정 전권행사…회사법·상법에도 없는 '신종지위'
국내증시에서 '경영지배인'모시기가 봇물을 이루고 있다. 경영지배인은 회사법과 상법에도 없는 정체불명의 직함이다. 최근 재무상태가 좋지않은 구조조정기업의 해결사로 투입되는 외부인사에게 잇따라 주어지고 있는데 증시 전문가들은 회사 최고경영자로서 전권을 행사하면서 법적인 책임은 지지않으려는 의도라는 시선을 보내고 있다.
16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주로 퇴출위기에 놓인 기업들의 '전주(錢主)'측에서 인수합병(M&A)및 구조조정 과정에 전권을 행사하기 위해 '경영지배인'을 선임하는 사례가 부쩍 늘어나고 있다. 그러나 이는 회사법에서 규정하는 주식회사에는 없는 직함. 주로 상법상 규정하는 지배인으로 해석되고 있지만, 실제 역할은 단순 지배인을 넘어 회사에 '절대권력'을 행사하고 있다.
실제세라온홀딩스는 전일 황석하 한국사이버대학 벤처경영학과 특임교수를 경영지배인으로 선임했다고 공시했다. 회사측은 황 경영지배인이 상법상 지배인이 갖는 권리 뿐 아니라 경영전반에 관한 모든 부분 및 구조조정, 회계감사의 권리를 갖는다고 밝혔다. 세라온은 지난 7일에는 엄상섭, 허훈씨를 같은 목적으로 경영지배인으로 선임한 바 있다.
대표이사를 두고도 경영지배인이 전권을 행사하는 경우도 있다.
코아정보는 전일 자사 대표가 한민식씨에서 윤경석씨로 변경됐다고 밝혔다. 그러나 코아정보는 이사회의 결의에 따라 대표이사의 모든권한은 경영지배인인 강병욱 프로소닉 이사에게 위임하며 임시주주총회일까지 경영지배인이 회사의 경영업무 전반을 수행한다고 밝혔다.
경영지배인이라는 직함이 사용되기 시작한 것은 벨코정보통신, 시큐리티코리아로 추정된다. 벨코정보통신은 경영지배인을 통해 도너츠미디어, SY로 분할하는 등의 구조조정을 벌였지만 두 회사 모두 상장폐지됐고, 시큐리티코리아도 퇴출됐다.
익명을 요구한 한 회계사는 "경영지배인이라는 표현은 상법상 적합한 표현이 아니며, 상법상의 지배인 제도와 경영위임 제도가 혼용된 것 같다"며 "재무구조가 안좋은 기업에 투입, 절대권력을 행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증권선물거래소(KRX)는 경영지배인 선임공시에는 문제가 없다면서도 경영지배인이라는 직함의 정의와 법적 지위에 대해 뚜렷한 입장을 밝히지 못하고 있다.
거래소 관계자는 "이른바 한계기업의 구조조정 과정에서 경영지배인을 선임, 상법상 지배인의 권리 뿐 아니라 구조조정 등의 권한을 행사하려는 것 같다"며 "예전에도 이같은 권한을 행사하는 자리는 있었지만, 최근들어 '경영지배인 선임'이라는 말이 많이 쓰이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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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래소 코스닥공시제도팀은 "경영지배인은 상법상 지배인 개념으로 선임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공시는 기본적으로 해당기업의 결정에 의해 이뤄지며, 경영지배인의 권한과 법적한계에 대해서는 해당기업을 통해 파악할 수 밖에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학계나 시민단체에서는 '경영지배인'에 대해서는 '있을 수 없는 용어다'라며 고개를 젓고 있다.
오세정 건국대학교 경영대학 교수는 최근 경영지배인 공시와 관련, "회사법에는 지배인이라는 말이 없고, 주식회사에서도 쓰지 않는다"며 "외국의 경우 특히 경영진과 이사회와의 분리가 엄격해 이처럼 전권을 행사하는 지위는 있을 수 없다"고 밝혔다.
김선웅 좋은기업지배구조연구소 소장(변호사)은 "경영지배인에 대해 들어본 바 없다"고 전제하고 "해당기업의 공시 내용만 놓고 보면 이사회에 들어가서 책임을 지지는 않으면서 권한만을 행사하려는 것 같다"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