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보했던 검사일정 잇단 연기 "업무차질" 발동동
"시험날짜가 계속 연기돼 심리적 부담이 상당하다." 최근 만난 금융회사 임원은 "당초 금융감독원의 종합검사가 4월 초로 예정됐다 4월 말로 연기됐고 이번에는 6월로 또 미뤄졌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새 정부가 출범한 지가 언제인데 아직도 이러고 있느냐"며 불만의 화살을 청와대와 금융위원회에 돌렸다. 늦어지는 금감원 임원 인사의 불똥이 금융회사로 튀면서 업무에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 같은 불만은 보험사와 증권사에서도 터져나온다. 검사가 일부 서면으로만 이뤄질 뿐 연초 계획한 테마검사를 포함한 모든 현장검사가 사실상 중단됐기 때문이다.
또다른 금융회사 임원은 "통보받은 검사가 자꾸 연기되면 수검받는 입장에서 느끼는 스트레스가 상당하다"며 "말은 '기업 프렌들리'라고 해놓고 정부가 '코드인사'에 빠져 오히려 부담을 주고 있다"고 비판했다.
금감원이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다. 지난달 24일 조직개편안을 확정했지만 임원 인사가 미뤄지면서 후속인사가 단행되지 않고 있는 탓이다. 사실상 휴업은 지난해 대통령선거 이후 금융감독기구 개편이 논의된 뒤부터 시작됐다.
이어 신임 금감원장 임명, 조직개편 등이 이어지면서 4개월을 어수선한 상태에서 보냈다. 이번에는 공기업 기관장에 이어 금감원 임원의 재신임 작업이 이뤄지면서 휴업 상태가 예상보다 길어지고 있다.
심지어 증권담당 부원장 자리는 지난해 12월 1차 공모를 시작한 뒤 지난달 재공모 절차를 진행중이다. 내정자가 정해지긴 했으나 벌써 4개월째 공석 상태다.
직원들의 불만도 상당하다. "빨리 임원들의 거취를 결정해야 무슨 일이든 할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높다. 담당 임원은 물론 국장도 결정되지 않은 데다 대대적인 인사이동이 예고된 불확실한 상황에서 일손이 잡히지 않는 것은 당연지사다.
금감원 조직개편안의 핵심은 본부장제(옛 부원장, 부원장보) 도입이다. 직원들의 인사권을 본부장에게 주고 대신 문제가 생기면 추궁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그런데 본부장 인사가 함흥차사다. 그렇다고 국장과 직원들 인사를 먼저 단행할 수도 없는 처지다. 감독·검사와 관련해 책임소재를 묻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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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감원은 일단 현장검사 도중 인사가 나면 진행하던 검사를 마무리한 뒤 변경된 보직으로 보내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그렇다고 이 방침이 지켜질지는 미지수다. 국장과 팀장들이 자신의 거취를 확신할 수 없는 상황이다. 막상 업무를 지시해놓고 본인이 자리를 옮기는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다.
우려되는 점은 이렇게 검사가 미뤄지면 연말에 대거 몰릴 가능성이 높다는 것. 가을에는 국회의 국정감사 준비로 검사를 나갈 수 없다. 검사가 동시다발적으로 이뤄질 경우 금융회사에 부담이 될 뿐 아니라 시한에 쫓겨 제대로 된 검사가 이뤄질지도 의문이다.
금융회사 관계자는 "자리 변경이 예정된 상황에서 담당자가 책임있는 업무협의를 할 수 있겠냐"며 "금융회사를 위해서라도 청와대가 금감원 임원 인사를 빨리 끝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