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사람들은 일찍 철이 든 것 같다.
님 웨일즈 여사는 일제시대 조선독립 혁명가의 삶을 그린 그의 저서 '아리랑(Song of Arirang)'에서 주인공 김산(본명 장지락)이 11살의 어린 나이에 가출, 30대 초반에 죽기 전까지 줄곧 혼자 힘으로 살았다고 기술했다.
그는 중학생이던 만 14살에 '3·1 운동'에 가담했고, 15살 때 혈혈단신으로 일본과 중국으로 유학을 떠났다.
'빨갱이'를 인용했으니 '좌파 선동가'로 분류될 것 같아 다른 사례도 소개하고자 한다.
모 방송국 '우수도서'로 선정된 '백범일지'에 따르면 김구 선생이 육도삼략을 읽고 가문의 어린 아이들을 가르쳤을 때 나이가 17세였다.
동학에 입도, 수천명 연비를 거느려 '아기접주' 별명을 얻은 때가 18세, 팔봉 접주로서 전투를 치렀을 때가 19세였다.
대한민국의 영원한 누이인 유관순 열사가 서대문 형무소에서 옥사하셨을 때 나이 또한 만 18세였다. 고 정주영 명예회장이 지긋한 가난에서 벗어나려 첫 가출을 시도한 것도 12∼13세 때였다.
1997년 여름이었다. 베트남 호치민시에서 영국에서 온 한 중학생을 만났다. 너무 어려 보여 "어른들은 어디 있니?"라고 물으니 "혼자 숙제를 하러 왔다"고 답했다.
혼자 제3세계 한 나라를 여행한 후 소감문을 내지 않으면 졸업을 할 수 없다고 했다. 기가 찼다. '과연 영국과 경쟁해서 이길 날이 올까' 생각이 깊어졌다.
한창 공부해야 할 중고등학생들이 '쇠고기 촛불집회'에 나선 것에 대해 못마땅해 하는 어른들이 많은 것 같다. 아무 것도 모르는 어린 아이들을 '좌파'들이 선동했다는 말도 자주 듣는다.
정말 그럴까. 취재차 촛불집회에서 만난 청소년들은 어른들이 말하는 것처럼 '빨갛거나 파랗지' 않았다.
요즘 아이들이 어른들이 선동한다고 선동을 당하기나 할까. 좌파선동이라 몰아부치며 좌파선동을 걱정하는 '어른들'이 오히려 미래의 '좌파'를 양산하는 것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