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애널리스트의 책임과 의무

[기자수첩]애널리스트의 책임과 의무

이규창 기자
2008.06.23 10:10

"애널리스트 몸값 거품이 심각한 수준입니다. 잘하고나 연봉을 올려달래야지 너무 무책임한 것 같네요"

최근 애널리스트 충원계획을 포기한 증권사 리서치센터장의 하소연이다. 알만한 대기업에 대한 증권사 리포트를 모아놓으면 논리가 판에 박힌 듯 똑같고 단지 단기실적에 대한 내부정보를 입수해서 먼저 공개하는 것이 '분석능력'인 것처럼 위장한다며 이 센터장은 지적했다.

그는 무책임하게 긍정적 전망을 내놓고는 틀려도 업계 관행이 그럴 뿐이라고 아랑곳않는 자세도 비판했다. 능력과 신뢰성에서 제 몸값을 못하는 전문가들이 많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이 센터장의 지적이 아니더라도 전문가들의 안일한 전망 사례는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서브프라임' 모기지 금융위기가 불거졌을 때 대다수 전문가들은 대수롭지 않다며 강세론을 주장했다.

또 상승률 20%를 넘는 물가를 잡기위해 베트남정부가 강도 높은 긴축을 실시하면서 베트남 주가지수가 반토막나고 IMF(국제통화기금)에까지 손을 벌릴 수 있는 외환위기론을 제기돼도 "위기론이 과장됐다"는 식의 논리가 주입식으로 강조된다.

올해 들어서도 전문가들의 국내 증시 전망은 긍정론에 경도돼 있다. 연초 증시가 급락할 때 일단 환매한 뒤 재가입하라고 권하는 이는 극히 일부에 불과했다. 지난 20일 다시 코스피지수가 1730선까지 밀리면서 국내주식형펀드 1년 수익률도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지금이 '진바닥'이고 절호의 매수기회라는 주장이 일반투자자에겐 양치기 소년의 거짓말처럼 들리지 않을까 우려된다.

개인투자자가 펀드에 가입하는 것은 전문가에 대한 신뢰를 전제로 하는 것이다. 주식 직접투자도 전문가들의 종목분석과 전망이 나침반 역할을 한다. 전문가들의 일반투자자에 대한 '선량한 관리자로서 주의의무'가 강조되는 이유다.

국내 증시와 펀드시장의 성장은 전문가를 믿고 적립식펀드에 매달 돈을 넣는 개인투자자들이 크게 기여했다. 그들이 더 이상 전문가를 믿지 못하게 된다면 그동안의 성장은 사상누각(沙上樓閣)이나 다름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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