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경찰의 '편가르기'

[기자수첩]경찰의 '편가르기'

류철호 기자
2008.06.30 12:16

"편파보도를 하는 '머니투데이'에는 협조할 수 없습니다."

얼마 전 열린 촛불시위 참가자들의 사법처리 현황을 취재하려는 기자에게 서울경찰청 홍보실 직원이 던진 말이다.

시위와 관련된 언론 홍보를 전담하고 있다는 이 경찰관은 기자의 문의전화에 "시민단체와 시위대 입장을 위주로 보도하는 언론에 대해서는 자료제공도 할 수 없고 전화도 사절 한다"고 잘라 말했다.

촛불시위의 근본 원인이 국민과 '소통부재'에 있는데 경찰에 유리한 기사를 쓰지 않는 언론과는 '소통'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권위주의 시절 '빗나간 공권력'의 단면을 보는 것 같아 씁쓸하기조차 했다.

특히 경찰이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무차별 폭력을 휘두르는 모습을 보면 자신들의 치부를 숨기기에만 급급했던 80년대 '민주항쟁' 시절로 되돌아간 것 같다는 생각마저 든다.

경찰이 실정법을 어기며 사회 안전을 위협하려는 세력을 단속하고 처벌하는 것은 당연한 의무인 동시에 '존재이유'다. 하지만 '유리한 쪽으로만 자료를 제공하고 그렇지 않은 쪽에는 거부 한다'는 식의 논리는 구시대적 발상이다.

모든 시위 참가자들을 '폭도'로 몰아세워 '눈에는 눈, 이에는 이' 식으로 대응하는 것도 결코 설득력을 얻을 수 없다.

저항할 힘조차 없는 어린 아이들과 유모차를 끌고 나온 주부, 생수통을 든 여성 시위 참가자는 물론 국회의원들과 프레스완장을 찬 기자들에게까지 무차별 폭력을 가하는 것은 경찰이 '공권력의 존재이유'를 포기한 것과 마찬가지다.

일부 과격 시위대의 행위가 '촛불시위'의 순수성을 해치고 있다는 점에는 이견이 없다. 경찰이 연일 계속되는 시위 진압에 여론의 뭇매까지 감당해가며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다는 점도 안타깝게 생각한다.

하지만 경찰은 뒷골목 패싸움이라도 하듯 '힘의 논리'와 '편 가르기'에만 집중하며 소통을 소홀히 할 때 '공권력'은 설 자리를 잃게 될 것임을 명심해야 한다.

경찰이 자신들의 '입맛'에 맞고 구미가 당기는 것에만 호의를 베푸는 것은 결국 더 큰 불신과 '반목의 악순환'만을 초래할 것이다.

지금이라도 경찰이 보다 포용력 있는 자세로 민심을 끌어안아 '소통의 문'을 열 때 비로소 '공권력'의 위상이 바로 설 수 있다는 '진리'를 부디 깨달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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