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 사무총장 취임 이후 한국 첫 방문
-음성서 영어잡지 '타임' 구해보며 전국 영어 1등
-손수 쓴 편지·공항선 세번이나 인사말 반복
-2001년 차관서 물러나면서도 꿈 잃지 않아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3일 한국을 찾았다. 사무총장 취임 이후 처음이다.
외교관으로서는 최고 직위인 유엔사무총장으로 금의환향했다. 반 총장은 이날 공항에서 "유엔 사무총장 취임 이후 1년7개월만에 처음으로 한국을 방문하게 돼 감개무량하다"고 말했다.
사람들은 반 총장이 타고난 '외교관'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반 총장의 이런 성공 뒤에는 그만의 세가지 성공비법이 있다. 오늘날 그를 있게 한 성공비결은 무엇일까.

◇미쳐라=중학교때 영어를 접한 반 총장은 영어의 세계에 푹 빠졌다. 친구들이 '누가 더 공을 멀리차나' '누구 주먹이 던 센가'를 다툴 때 반 총장은 '누가 영어 단어를 더 많이 외우나'를 갖고 내기를 했다.
잘난척 해 보일법도 하지만 반듯한 성품의 반 총장을 아는 친구들은 "기문이가 영어를 좋아해서 그런 내기를 좋아한다"는 것을 알고 우습게 여기지 않았다.
그렇게 영어에 미친 반 총장은 중학생때 이미 타임지를 읽었다. 충북 음성 시골에서 구하기 어려운 책이었지만 서울 가는 사람에게 부탁해 타임지를 구했다. 내용은 더 어려웠지만 그렇게 더 넓은 또 다른 세계가 있다는 걸 그때 알았다.
영어에 재미를 들린 반 총장은 외국인을 만나기 위해 집 주위 비료 공장의 미국인 엔지니어들을 찾아다녔다. 처음엔 더듬더듬 했지만 엔지니어의 부인들과 얼굴을 트면서 영어공부를 시작했고 마침내는 전국 영어 웅변대회에서 2등과 10점 이상 차이가 나는 1등을 차지, 한국 대표로 미국을 가기도 했다.
반 총장은 이렇게 미국에 간후 케네디 대통령을 만나 "저의 꿈은 외교관입니다"라고 말했다. 유엔 사무총장을 향한 그의 꿈이 시작된 첫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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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김새와 달리 몸치인 그가 오스트리아 대사직을 수행하기 위해 부인 유순택 여사와 함께 댄스강습에 나선 일이나 유엔 사무총장 선거를 앞두고 프랑스어 공부를 시작해 몇 달만에 외교관련 일을 볼 수 있을 정도로 능통해진 실력을 자랑한 것도 그가 얼마나 열정적인 사람인지를 보여주는 한 예다.
◇겸손해라=반 총장은 정리왕이다. 외교관의 필수 덕목 중 하나가 바로 정리다. 어와 아의 어감 차이 하나가 국가 이익을 좌지우지 하는 외교현장에서 메모 정리는 무엇보다 필수다. 반 총장의 메모는 외교부내 '최고'라는 평가를 받는다.
깔끔한 일처리로 유명한 반 총장이지만 사람을 대하는 데도 최고라는 평을 받는다.
한참 어린 직원이라도 면담 후에는 문을 손수 열어 배웅했고 선배들을 제끼고 연일 고속승진을 하던 때 동기와 선후배 100여명에게 손으로 쓴 그의 편지는 외교부내 전설이 됐다. 외교부내 모든 기수가 반 총장을 자기네 기수라고 챙겨줄 정도였다.
반 총장은 3일 방한 직후 공항에서 인사말을 하며 마이크가 고장이 나 세번이나 같은 말을 반복하면서도 사람 좋은 그 미소를 잃지 않았다. 그의 이런 성실함과 겸손함에 현장에 있던 사람들은 "왜 그가 유엔 사무총장인지를 알겠다"고 무릎을 치기도 했다.
◇꿈을 잃지마라=승승장구하던 반 총장에게 세상 일이 모두 쉬웠던 것은 아니다. 그에게 가장 위기는 2001년 외교부 차관을 지낼 때였다.
한러 정상회담 공동성명 중 미사일 방어체제(NMD) 관련 부분이 미국의 오해를 샀고 당시 김대중 대통령이 미국을 만나 강도높은 사과를 해야할 정도로 일이 불거졌다. 반 총장은 이 책임을 지고 30년간 지켜온 외교부를 물러나야 했다.
온갖 어려움에도 앞만 보고 달려왔던 그에게 이 일은 크나큰 시련이었다. 하지만 그는 받아들였다. 4개월 후 한승수 총리가 유엔총회 의장으로 가면서 그를 비서실장으로 불렀다. 차관까지 지낸 그가 국장급인 직위였지만 새로 시작하기로 마음먹고 유엔으로 향한 것은 꿈이 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그는 유엔에서 콘돌리자 라이스 현 미 국무부 장관 등을 만나 그가 얼마나 성실한 사람인지를 보여줬고 이때 닦은 그의 인맥은 그가 유엔 사무총장이 되는게 큰 버팀목이 됐다.
반 총장의 꿈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인류를 위협하는 식량, 기후변화 문제, 유엔 개혁 그리고 끊임없는 분쟁. 이 모든 것이 그가 해결해야 할 과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