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중간선거]

백악관 첫 여성 비서실장의 기록을 썼던 수지 와일스(69)가 공화당의 중간선거 참패 사흘 만에 자리에서 물러났다. 선거 패배 이후 백악과 내각에서 처음으로 이뤄진 인사 교체다. 신임 비서실장에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강경파 최측근으로 꼽히는 스티븐 밀러 부비서실장(41)이 임명됐다. 민주당은 트럼프 대통령의 이 같은 인사가 선거 참패에도 '마이웨이'를 고수하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이라며 의회 차원의 조사를 예고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6일(현지시간)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을 통해 "밀러 부비서실장이 백악관 비서실장을 맡게 된다"며 "내가 가장 신뢰하는 참모 중 하나"라고 밝혔다. 와일스 실장에 대해선 "트럼프 정치조직(Trump Political Operation)으로 자리를 옮길 것"이라며 "비서실장으로 헌신해준 데 대해 감사하다"고 발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트럼프 정치조직'이 어떤 조직인지, 와일스가 어떤 역할을 맡게 될지는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았지만 이날 백악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변화를 주고 싶었다"며 이번 인사가 중간선거 패배에 따른 인적 개편임을 시사했다. 이날 인사는 지난 3일 중간선거에서 공화당이 민주당에 연방 상·하원 다수당 지위를 모두 내준 지 사흘 만에 발표됐다.
밀러 신임 실장은 트럼프 대통령의 대표적인 강경파 측근으로 집권 1기부터 반(反)이민 정책을 설계하고 추진해온 핵심 참모다. 1985년생으로 2015년 시작된 트럼프 대통령의 첫 대선 캠페인 때부터 함께 일했고 트럼프 대통령의 첫 취임사 준비도 주도했다. 1기 트럼프 행정부에서 백악관 수석 정책고문을 지내다 2기 행정부 들어 정책 담당 부비서실장으로서 대규모 불법 이민자 추방 등 강경 이민 정책을 주도했다.
미 정가에선 트럼프 대통령이 비서실장 교체를 단행하면서 조만간 후속 내각 개편이 이어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앞서 미국 언론은 공화당의 선거 전망이 암울해졌던 지난달부터 백악관에서 비서실장 교체설이 흘러나오면서 후임 물망에 오른 인사들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고 보도했다. 선거 막바지에는 와일스 실장이 트럼프 대통령의 신망을 잃었다는 보도도 나왔다. 뉴욕타임스(NYT)는 백악관 내부 사정에 정통한 소식통들을 인용해 트럼프 대통령이 최근 와일스 실장을 주요 인사 결정에서 배제했다며 특히 캐롤라인 레빗 전 백악관 대변인의 후임을 와일스와 상의하지 않고 선정했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선거 기간 와일스 실장의 교체설이 나돌자 "전적으로 와일스를 신뢰한다"고 선을 그었지만 예상보다 처참한 중간선거 결과를 두고 와일스 실장을 희생양 삼아 경질한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와일스 실장은 지난해 12월 공개된 미 대중문화 월간지 베니티 페어와의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알코올중독자의 성격을 가졌다"고 표현해 파장이 일기도 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당시 개의치 않는다는 반응을 보였다.
독자들의 PICK
지금 2,440명 읽는 중
와일스 실장은 이날 소셜미디어 X(옛 트위터)를 통해 "백악관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보좌한 것은 평생의 영광이었다"며 "내 역할은 바뀔 수 있지만 대통령과 사명에 대한 헌신은 결코 변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와일스는 트럼프 대통령의 2024년 대선 승리를 이끈 선거대책위원장 출신으로, 2기 행정부 출범부터 지금까지 백악관 운영을 총괄해온 핵심 참모다. 트럼프 대통령은 2024년 대선 캠프 공동선거대책위원장을 맡았던 와일스에 대해 어떤 상황에서도 냉정함을 잃지 않고 할 말은 한다는 의미로 "얼음아가씨"라고 불렀다.
민주당 지도부는 신임 비서실장 인선을 맹비난했다. 차기 하원의장으로 유력한 민주당 하킴 제프리스 원내대표는 이날 밀러 신임 실장을 '악성종양'에 빗대면서 "행정부에서 그의 존재는 뿌리뽑혀야 한다"고 밝혔다. 척 슈머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도 성명을 내고 "트럼프 대통령이 중간선거 참패로부터 아무것도 배우지 못했다"며 "이보다 나쁜 선택을 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차기 의회에서 하원 감독위원장을 맡을 것으로 예상되는 로버트 가르시아 민주당 하원의원은 강경 이민정책 관여를 문제 삼아 밀러 신임 실장을 조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