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러다 '한국판 서브프라임' 날벼락 칠라

이러다 '한국판 서브프라임' 날벼락 칠라

문성일 기자
2008.10.27 04:08

[머니위크]금리 강세 - 집값 하락

"이러다 대출금이 집값을 추월하는 게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정부의 잇단 규제 완화 발표에도 주택시장이 좀처럼 회복되지 않자, 집주인들의 고민도 커지고 있다. 특히 담보대출을 통해 주택을 구입한 산 집주인들은 속이 시커멓게 타들어가고 있다. 시중 금리의 지속적인 상승으로 매월 내야 할 이자는 계속 늘고 있는데 비해, 집값은 연일 떨어지고 있어서다.

이처럼 '금리 강세-집값 약세' 상황이 장기화되면서 '언젠간 오를 것'이란 기대감으로 버텨왔던 집주인들도 고개를 떨구고 있다. 말 그대로 막연했던 기대심리가 무너지고 있는 것이다.

집주인들을 더욱 답답하게 만드는 것은 이 같은 상황이 언제까지 지속될 지조차 알 수 없다는 점이다. 그만큼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전망이 엇갈리고 있을 정도로 예측이 안된다.

더 큰 문제는 집값 하락으로 인해 담보대출비율이 높아지면서 자칫 부실이 개인에서 금융권으로까지 옮겨질 수 있다는 것이다. 즉 자산붕괴로 인한 부실 확산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자산 붕괴 조짐…황망한 집주인

집주인이 가장 불안해하는 것은 집을 내놔도 팔리기는커녕, 거들떠보는 이도 없다는 점이다. 그만큼 수요 자체가 얼어붙은 분위기다.

그 사이 집값 하락폭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부동산 시세를 제공하는 정보업체들의 데이터상으론 올 들어 집값 하락폭이 평균 5%대이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그 폭이 훨씬 더 크다.

수도권 주요지역의 경우 20~30% 가량 폭락한 단지가 수두룩하다. 직접 거주보다 투자 목적 수요가 많은 지역과 단지일수록 하락폭이 더욱 심하다.

경매 입찰가를 기준으로 하면 분당신도시의 경우 3.3㎡당 1000만원 붕괴도 멀지 않은 느낌이다. 강남권 못지않게 서울에선 선도지역으로 꼽히고 있는 양천구 목동도 3.3㎡당 2000만원의 둑이 터지기 일보직전이다.

집주인을 더욱 옥죄는 것은 금리다. 빚 없이 자기자금을 활용한 집주인은 그나마 낫다. 시중은행 등 금융권에서 돈을 빌려 집을 산 주택담보 대출자들은 고금리와 가격 하락이란 두 가지 악재를 함께 떠안아야 한다.

적잖은 집주인들이 '가격이 더 떨어져 자산가치가 더 하락하기 전에 팔아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휩싸이면서 투매에 나서고 있지만, 이 역시도 수요자들의 무관심으로 인해 거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담보대출비율, 시세 초과까지…금융권도 안절부절

집값 하락은 금융권 입장에서도 달갑지 않은 현상이다. 무엇보다 대출자들의 자산가치 하락은 자칫 금융권의 부실화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즉 최악의 경우 담보대출금을 회수하지 못하는 사태가 벌어질 수 있어서다.

불행하게도 일부에선 이 같은 우려가 현실화되고 있다. 물론 시중은행보다는 주택담보인정비율(LTV)을 지키지 않고 돈을 빌려준 저축은행 등 제2금융권에서 대출금 미회수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A저축은행은 2년6개월 전 서울 강남구 대치동 한 아파트에 빌려준 16억4000만원의 담보대출금이 회수되지 않자, 법원에 경매를 신청했다. 대출 당시 이 아파트 시세는 22여억원으로, 저축은행 입장에선 나름 여유가 있었다.

하지만 만기 도래 시기의 이 아파트 시세는 16억원에 불과했다. 대출금보다 4000만원이나 싼 값이다. 이 아파트는 최근 15억1000만원에 낙찰됐다. 대출금보다 1억3000만원이나 싼 금액이다. 저축은행 입장에서는 이 같은 규모의 부실채권을 그대로 떠안게 된 것이다.

이런 사례는 이제 시작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많다. 그도 그럴 것이 제2금융권이나 대부업체들은 시장이 활황세이던 2~3년 전만해도 정해진 LTV에 상관없이 시세의 80~90%까지 담보대출을 해줬다. 문제는 아파트값이 떨어지면서 담보대출비율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심지어 담보대출비율이 시세를 초과하는 사례도 빈번해지고 있다. 집주인이 상환 능력이 있다면 그나마 다행이지만, 그렇지 못한 경우 대출금을 전액 돌려받지 못할 수도 있어 해당 금융권 입장에선 안절부절 할 수밖에 없다.

A저축은행과 같이 낙찰가액이 채권청구액을 넘지 못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경매업계에 따르면 지난 8월 392건이던 채권청구액 이하 낙찰가액 사례는 9월 중 475건으로 늘어난 데 이어, 이달에는 500건을 초과할 것이 확실시된다. 이는 가계 부실이 금융권 부실로 확산되는 시발점이 될 수도 있다는 점에서 주목되는 부분이다.

◈고민에 쌓인 집주인, 어떻게 대처해야 하나

어려운 상황일수록 복잡하게 판단하는 것보다, 쉽고 간단하게 정리하는 것이 좋다. 주택담보대출비율이 높은 경우 현 시점에선 매도하는 것이 낫다. 물론 이 경우에도 이자부담을 일정 부분 견딜 수 있다면 상황은 좀 다르다. 이를 위해선 우선 앞으로의 집값 예측이 어느 정도 가능해야 한다.

집을 판 이후에는 전세 등에 살면서 처분 금액의 나머지 자금을 연 10% 이상 수익을 올릴 수 있는 상품에 투자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하지만 이 경우에도 되팔 때를 감안해야 한다. 즉 가급적 환금성이 좋은 상품을 골라야 한다.

이와 달리 주택담보대출비율이 낮다면 대출금을 줄이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만약 다른 예금 상품에 가입해 있다면 상호간의 금리차를 고려해 대출을 우선 갚아 자산 건전성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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