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bell note]상장요건 완화· 퇴출규정 강화로 '머니게임' 막아야
이 기사는 11월07일(08:00) 머니투데이가 만든프로페셔널 정보 서비스 'thebell'에 출고된 기사입니다.
곧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치뤄진다. 대한민국 청소년들 대다수의 인생 향방이 결정되는 전국민적 이벤트다.
그럼 국내 대학과 미국 대학의 차이가 뭘까?
오래전부터 나온 얘기지만 대표적으로 대학교 입학과 졸업 과정의 차이를 들 수 있다.
국내 청소년들은 말그대로 '치열한 입시경쟁'을 뚫고 대학에 진학한다. 그리고 그렇게 해서 나온 출신대학의 '간판'은 그 사람 이력의 평생을 따라다니며 인생 전반에 걸쳐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
그렇기에 대한민국 청소년들 대다수에게 '대학 입학'은 절대 명제다.
그래서일까. 막상 입시를 통과해 대학에 들어가면, 그 때부턴 중·고교 시절의 그 치열했던 학습 열정이 대부분 사그라진다. 최근 취업난이 가중되면서 많이 달라졌다고는 하지만 아직까지 국내 대학생들의 삶은 고3들보다 훨씬 평탄한 것이 현실이다. 우리나라 대학은 일단 입학만 하면 졸업은 그리 어렵지 않은 탓이다.
미국은 어떨까. 하버드나 MIT 등의 명문대는 다르지만, 일반적으로는 우리보다 대학 입학과정은 좀 쉬운 편이다. 하지만 졸업은 다르다.
우리나라 대학생 수준으로 학업과정을 느슨하게 보낸다면 절대로 제 때 졸업할 수 없다. 배우고자 하는 학문의 길은 비교적 자유롭게 열어주지만, 그 성과를 철저히 평가해 학위를 내준다. 미국 대학이 우리나라 대학보다 수준이 높다고 평가받는 중요한 이유 중 하나다.
우리나라 코스닥 시장은 우리 대학의 모습을 닮았다.
비상장기업에서 상장기업으로 올라가는 조건은 까다롭다. 따라서 원한다고 모두 상장되는 것이 아니고 관계당국의 엄격한 심사를 거쳐야만 한다. 일종의 '입시경쟁'을 통과해야 하는 셈이다.
하지만 막상 상장되고 나면, 그 후 해당 기업의 실적이나 성과는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 경향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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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년간 연속 적자를 기록하고, 주가가 폭락해 백원 언저리에 머물러도 일부 조건에만 걸리지 않으면 퇴출되지 않는다.
최근 감독당국이 수년간 적자를 내는 '한계기업'을 퇴출시키겠다고 발표했지만 아직도 퇴출 규정은 느슨한 게 사실이다.
이러다 보니 부작용들이 생긴다. 기업으로서의 기본 조건인 생산과 영업활동이 한계에 다다라 이미 '죽은 기업'으로 평가되는 회사들도, 상장사라는 타이틀만으로 '프리미엄' 장사를 하는 웃지 못 할 일들이 생기는 것이다.
한 창투사 대표는 "최근 비상장 투자기업을 우회상장시키기 위해 코스닥의 쉘(Shell, 껍데기 회사)을 찾아봤는데, 이미 일부 자본잠식 상태로 퇴출 직전에 놓인 기업들도 상장 프리미엄으로 100억원이 넘는 금액을 요구해 결국 우회상장을 포기했다"며 어이없어 했다.
코스닥 시장 관계자들은 이렇듯 코스닥 상장과 퇴출이 어려운 시장구조가 코스닥 시장을 날로 고사시키고 있다고 주장한다.
상장사 '프리미엄'이 존재하기에 수많은 브로커와 머니게임이 난무한다는 지적이다. 부동산 전매가 자유롭게 허용되던 시절, '떳다방'과 '딱지'가 난무했던 것과 다를 바 없다는 설명이다.
시장 전문가들은 코스닥 시장의 진출입 규정을 정비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한 창투사 관계자는 "기업이 최소한의 조건만 구비하면 자유롭게 상장할 수 있도록 하고, 대신 퇴출 규정을 훨씬 강화하고 엄격히 적용해 '한계기업'들을 바로바로 솎아 낸다면 머니게임이 현저히 줄어들어 시장이 안정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어차피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으로 시장경계가 분명하므로 코스닥 시장의 상장 규정을 좀 느슨하게 풀어준다고 해 큰 문제가 되진 않을 것"이라며 "그래도 불안하다면 코스닥 시장을 1, 2부 시장으로 나눠 차별을 두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국내 코스닥 시장이 '신뢰'를 잃었다는 것은 누구나 공감하고 있는 사실이다. 이대로 두면 건전한 투자시장이 아니라 '투기시장'으로 전락할 것이라는 경고가 수년전부터 나오고 있다. '입학'보다 '학부과정'과 '졸업'에 더 신경써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