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대통령 탄식 "돈이 밑으로 흐르지 않아"

李대통령 탄식 "돈이 밑으로 흐르지 않아"

송기용 기자
2008.11.27 09:39

- 이 대통령, 박희태 대표 등 한나라당 지도부와 조찬회동

- "정부가 돈 집어넣어도 밑으로 흐르지 않아.." 기업 자금난 우려

- 정부, 자금난 해소 위해 연말까지 은행 자본 확충 지원 검토

- 은행의 기업 대출 가로막는 BIS 자기자본비율 완화도 함께 추진

이명박 대통령은 27일 "정부가 돈을 그렇게 집어넣어도 돈이 밑으로 흐르지 않는다"며 일선 기업의 자금난에 우려를 나타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한나라당 박희태 대표를 비롯한 최고위원들과 조찬회동을 열어 해외순방 결과를 설명하고 정기국회 현안과 경제난 해법, 대북문제 등을 논의하는 자리에서 이같이 밝혔다.

이 대통령은 "G20 금융정상회의와 아시아·태평양 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서 세게 각국 정상들을 만났더니 우리가 하는 것과 같은 걱정을 하고 있었다"며 "정부가 돈을 그렇게 집어넣어도, 돈이 밑으로 흐르지 않는다고 하더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지난 23일 페루에서 LA로 향하는 전세기 안에서 이뤄진 기자간담회에서도 "G20과 APEC 회의에서 모든 나라 정상들이 정부가 돈을 풀었는데 일선 기업까지 안 풀린다고 하는 문제를 거론했다"고 말한바 있다.

이 대통령의 거듭된 이 같은 발언은 현재 건설사와 중소 조선사를 비롯한 제조업체의 자금난이 심각한 상황이라는 문제의식을 반영한 것이다. 특히 자금난 해소를 위해 정부가 은행에 천문학적인 돈을 풀고 있는데도 자금중개 역할을 해줄 은행이 오히려 돈줄을 차단하고 있는 현실을 지적한 것이다.

이와 관련, 정부는 두 가지 방향으로 해법을 마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우선 직접적으로 정부가 올 연말까지 자금을 투입해 은행의 자기자본 확충을 지원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를 위해 정부가 발행한 국채를 한국은행이 직접 매입, 재원을 마련한 뒤 시중은행에 투입하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전대미문의 위기를 맞아 실물경제 침체가 생각보다 심각한데, 시중은행이 자기자본 확충에 매달려 기업 대출에 나서지 않고 있다"며 "올 연말까지 한국은행을 통해 시중은행의 고민을 해결할 몇 가지 조치를 취할 방안"이라고 밝혔다.

그는 "정부가 (은행의 자기자본 확충을) 지원해 주면 시중은행의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 비율이 올라가게 되고, 여유가 생긴 은행이 두려워하지 않고 기업에 대한 대출에 적극적으로 나설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은행이 대출·보증 등 위험성 자산에 비해 자기자본을 얼마나 쌓아놓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건전성 지표인 BIS 비율은 최소 8%를 넘겨야 한다. 그러나 국제결제은행과 무디스 등 국제 신용평가사들은 BIS비율을 12% 이상 쌓도록 권고하고 이보다 떨어질 경우 신용평가에 반영하고 있다.

시중은행들은 최근 기업도산이 잇따르면서 BIS 자기자본비율이 한 자릿수로 떨어지는 등 하향추세가 뚜렷해지자 신규대출을 자제하고, 기존대출을 회수해 기업을 압박함으로써 자금난을 가중시키고 있다.

근원적으로 현행 BIS 자기자본 비율과 회계기준의 문제점을 개선하는 방안도 추진되고 있다.

이 대통령은 "현재의 BIS 자기자본비율, 회계제도를 가지고는 은행을 비롯한 금융기관이 기업에 대출하기 상당히 어렵다. 불경기 때 금융회사가 대출을 줄일수 밖에 없게 만드는 현행 제도들을 금융안정포럼(FSF) 등을 통해 개선해야 한다"며 국제문제화 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동관 청와대 대변인은 "BIS 라는 게 8%라는 의무기준이 정해져 있으면, 8%라는 합격점을 넘으면 그걸로 끝나야 하는데 10%다 12%다 하는 것처럼 높을 수록 평가를 해주니까 그 부담감 때문에 은행들이 더 높은 기준에 맞추려고 무리를 하고, 기업에 대출도 안 해주는 현상이 발생한다"며 "이런 것을 개선, 보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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