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규제 완화,기업돈 끌어들여 구조조정 촉진

재벌규제 완화,기업돈 끌어들여 구조조정 촉진

이학렬 기자
2008.12.18 12:00

공정위 지주회사·PEF 규제 완화 이유

-대기업 PEF 설립·운용 용이→구조조정 원활

-금융자회사 매각 부담 덜어줘

-증손회사 소유 가능 "문어발 확장" 우려

공정거래위원회가 지주회사와 사모투자전문회사(PEF) 관련 규제를 완화해주려는 것은 기업의 부담을 줄이고 기업의 여유자금이 구조조정에 쓰일 수 있는 길을 열어주려는 것이다.

그러나 '대기업 퍼주기'로 대기업의 경제력집중, 재벌 지배구조후퇴 등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높다.

공정위가 18일 이명박 대통령에게 보고한 2009년 주요업무계획에 따르면 일반지주회사가 금융자회사를 소유할 수 있게 된다.

이에 따라 지주회사로 전환한 기업집단 중 금융자회사를 소유한 경우 이를 팔지 않아도 된다. 지금까지는 최대 4년간의 유예기간 내에 금융회사를 매각해야 했다.

예컨대 지주회사로 전환한 SK그룹은 금융회사인 SK증권을 매각할 필요가 없어졌다. 지주회사로 전환하면서 LG증권 등 금융회사를 매각한 LG그룹은 필요하면 다시 금융회사를 살 수 있다. 삼성그룹의 경우 지주회사로 전환해도 삼성생명을 자회사로 둘 수 있게 된다.

손자회사의 증손회사 소유도 가능해진다. 지금까지는 100% 지분을 보유해야만 증손회사 소유가 가능했지만 앞으로는 자회사나 손자회사처럼 상장사의 경우 20%(비상장사 40%)만 보유해도 가능하다.

예컨대 지난해 SK커뮤니케이션은 자회사인 엠파스와 전격 합병했는데 손자회사의 증손회사 소유가 가능했다면 SK커뮤니케이션이 무리하게 합병을 진행시킬 필요가 없었다. 당시 SK커뮤니케이션은 SK그룹이 지주회사로 전환하면서 자회사인 엠파스를 모회사인 SK텔레콤에 팔거나 많은 자금을 들여 공개매수해야 했다.

PEF 관련 규제도 대폭 완화된다.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소속 PEF는 금융보험사의 계열회사에 대한 의결권행사 제한을 5년간 적용받지 않게 된다. 또 지주회사 소속 PEF는 소유지분율 요건, 비금융회사 소유 금지, 출자단계 제한 등 지주회사 관련 규제를 받지 않는다.

이동훈 공정위 사무처장은 "대기업집단 소속 회사의 PEF 설립 및 운용이 용이해짐에 따라 대기업들이 보유한 여유자금을 활용해 경제위기 상황에서 기업구조조정이 원활하게 이뤄질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됐다"고 설명했다.

증권선물거래소에 따르면 9월말 기준 10대 기업집단의 현금성 여유자산은 약 43조원이다. 대기업의 여유자금으로 PEF를 만들어 어려움에 처한 기업을 인수하면 시장이 주도하는 구조조정이 가능하다는 것이 공정위의 생각이다.

특히 외환위기 당시 외국자본에 우량기업을 헐값으로 넘겨 비싸게 되사는 경우를 이번 금융위기에서는 막자는 의도도 작용했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대기업에 대한 규제 완화가 대기업 집중현상을 심화시키고 지배구조 악화로 이어질 것을 우려했다. 특히 손자회사의 증손회사 소유 허용으로 대기업의 문어발 확장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재벌들의 문어발식 확장과 경제력 집중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 없어지게 된다"고 밝혔다. 경제개혁연대는 "재벌규제 완화 정책은 재벌의 소유지배구조에 심각한 문제를 초래하게 된다"고 밝혔다.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관련 기사

이학렬 사회부장

머니투데이에서 사회부장을 맡고 있습니다.

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