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위크]기자수첩
브룬스윅이라는 당구대 제조회사는 찾아오는 고객들에게 값싼 모델을 먼저 소개했다. 점차 값비싼 모델을 보여주는 방식이다. 이런 전통적인 방식으로 판매할 때에는 팔린 당구대의 평균 가격이 550달러였다.
그 전통적인 방식을 바꿔 값비싼 모델을 제일 먼저 보여주는 방식을 실험했다. 일주일 동안 팔린 당구대의 평균 가격은 1000달러를 넘어섰다.
고객들은 가장 비싼 당구대를 본 후 그보다 덜 비싼 당구대를 보자 저렴하다고 느꼈다. 당초 계획했던 당구대보다 비싸지만 가장 비싼 당구대보다는 살 만하다는 판단한 것이다.
이를 '대조효과'라고 부른다. 백화점에서 명절 때마다 등장하는 100만원이 넘는 한우세트가 그렇다. 이 한우세트는 사실 판매가 목적이 아니다. 고객들이 수십만원짜리 한우세트를 구입토록 하는 대조군의 역할이 임무다.
경매를 접하다 보면 물건들이 매우 싸게 느껴진다. 당초 감정가가 10억원이었는데 3번만 유찰되면 5억1000만원으로 뚝 떨어진다. 브룬스윅의 당구대는 '저리가라'다. 이보다 훌륭한 대조군도 없다.
이 물건을 낙찰받으면 5억원은 그냥 앉아서 버는 것 같다. 로또가 따로 없다. 낙찰을 받으려면 남보다 높게 써야 하니 6억원 정도는 불러야 할 것 같다. 그래도 남는 장사다.
사람들이 하나둘 모이고 종국엔 수십명이 달려든다. 눈치작전이다. 낙찰 받으려면 조금 더 써야할 것 같다. 결국 수십명을 제치고 승리했다. 수십명을 이기고 값싼 물건을 얻었다고 기뻐한다.
그런데 문제는 그때부터다. 낙찰가격이 감정가 주변까지 치솟았으니 그리 싼 값도 아니다. 시세보다 비쌀 가능성도 있다.
준비한 것보다 높은 가격으로 낙찰 받았으니 대출받을 일도 걱정이다. 그 집에 세들어 있는 사람들 내보내기 위한 비용도 만만치 않다.
이것저것 다 따져보니 손해다. 보증금을 포기한다. 수천만원을 앉은 자리에서 날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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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쇼핑에서 "마감임박. 몇개 안 남았다. 마지막 기회!"라고 외치는 순간 전화기에 손이 가는 것과 마찬가지다. 다음날 비슷한 시간 똑같은 상품이 또 홈쇼핑에 등장하는 순간 전날의 실수를 깨닫는 것도 마찬가지다.
경매는 홈쇼핑이 아니다. 내 집을 마련하기 위한 것이다.
그런데도 경매로 한몫 챙길 수 있다는 유혹들이 넘친다. 각종 매체든, 입소문이든 심심찮다. 심지어 학생들도 경매 동아리를 만드는 판이다.
경매도 잘하려면 마음을 비워야 한다. 대박의 유혹과 충동, 성급한 과욕을 물리쳐야 한다. 그래야 성공적으로 내 집을 마련할 수 있다.